신문은 선생님

[동물 이야기] 덩치 달라도 생김새·습성 비슷해… 둘 다 족제비 무리에 속한대요

입력 : 2022.09.28 03:30

울버린과 벌꿀오소리

족제비 무리 중 가장 몸집이 큰 울버린(위 사진)과 울버린보다 덩치는 작지만 생김새와 습성이 비슷한 벌꿀오소리. /위키피디아
족제비 무리 중 가장 몸집이 큰 울버린(위 사진)과 울버린보다 덩치는 작지만 생김새와 습성이 비슷한 벌꿀오소리. /위키피디아
최근 미국에서 야생동물 울버린을 두고 소송이 벌어지고 있어요. 숫자가 늘었다는 이유로 정부가 멸종 위기종에서 해제하려고 하자, 반발한 환경 단체들이 이를 막는 소송을 낸 거죠. 공상과학 영화 '엑스맨' 캐릭터의 이름으로도 친숙한 울버린은 미국 북부와 캐나다, 북유럽과 시베리아 일대에 분포하고 있어요. 머리 몸통 길이 최고 90㎝, 어깨 높이 최고 43㎝로 마치 작은 곰처럼 생겼지만, 사실은 족제비 무리예요. 족제비 무리 중 가장 몸집이 크죠.

족제비 무리는 사는 곳 특성에 맞춰 훌륭하게 적응했어요. 가령 족제비 무리인 수달과 해달은 수영을 아주 잘하고, 담비는 나무 타기 선수죠. 오소리는 굴을 아주 잘 파고요. 울버린 역시 주요 서식지인 북반구 북부의 침엽수림 기후에 살기 알맞게 적응했어요. 이렇게 추운 지역에서는 먹잇감을 쉽게 찾기가 어려운데요. 울버린은 추운 날씨 때문에 딱딱하게 얼어붙은 고기와 뼈도 우두둑 파먹을 수 있게끔 이빨이 아주 단단하고, 머리와 목, 어깨 근육도 잘 발달했대요. 울버린은 쥐나 토끼는 물론 자기보다 훨씬 덩치가 큰 사슴까지 쓰러뜨릴 수 있는 힘센 사냥꾼이지만, 주로 먹는 건 다른 덩치 큰 육식동물이 먹다 남긴 사체랍니다. 어떨 때는 막 사냥에 성공한 스라소니나 늑대 등을 위협해 먹잇감을 빼앗기도 한대요.

울버린은 여름에 짝을 짓고 번식한답니다. 그런데 이때 암수 한 쌍끼리만 커플을 이루는 게 아니라 상대방을 바꿔가면서 만난대요. 그래서 한 배에서 나온 새끼들인데도 아빠는 제각각인 경우도 있대요.

그런데 울버린보다 덩치는 약간 작지만 생김새와 습성은 비슷한 족제비 무리가 아프리카와 중동·중앙아시아 등에서도 살고 있어요. 바로 벌꿀오소리랍니다. 이름처럼 벌집을 부숴 꿀과 애벌레를 즐겨 먹지요. 털 빛깔은 오소리와도 비슷해요. 벌꿀오소리는 먹성이 워낙 좋아서 작은 포유동물부터 새·뱀과 도마뱀까지 가리지 않고 잡아먹는대요. 특히 피부는 아주 두껍고 털이 빽빽하게 나 있어서 웬만한 독사나 벌의 공격에도 끄떡없대요.

벌꿀오소리는 벌집을 털 때 꿀잡이새라는 새와 힘을 합치는 것으로 유명하죠. 꿀잡이새가 먼저 벌집을 발견해 요란스럽게 지저귀어서 위치를 알려주면, 벌꿀오소리는 벌집을 부수고 꿀과 벌의 애벌레 등을 먹죠. 남은 밀랍 등은 꿀잡이새가 먹고요.

벌꿀오소리는 족제비 무리의 특성을 한 몸에 아우르고 있기도 해요. 오소리처럼 땅굴을 잘 파는데, 수달·해달처럼 물에선 수영을 잘하고 담비처럼 나무 타기도 제법 잘하죠. 세력을 표시하거나 천적을 위협하려고 꼬리 부근에서 냄새 지독한 물질을 분비하는데, 스컹크와 아주 비슷하죠. 다만 분비물 냄새가 스컹크만큼 세지는 않대요.
정지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