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디자인·건축 이야기] 엘리자베스 1세·헨델·뉴턴… 英 위인 잠든 명예로운 곳이죠

입력 : 2022.09.27 03:30

웨스트민스터 사원

/위키피디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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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6세의 나이로 서거한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의 장례식이 19일 런던 웨스트민스터 사원<사진>에서 국장(國葬)으로 치러졌어요. 영국의 전 총리였던 윈스턴 처칠의 장례식 이후 57년 만에 국장으로 거행된 이번 장례식에는 세계 주요국 정상과 왕족 500여 명 등 2000여 명이 참석해 '세기의 장례식'으로 불리기도 했습니다.

특히 장례식이 열린 웨스트민스터 사원은 엘리자베스 2세에게 특별한 장소인데요. 1947년 이곳에서 그리스의 왕자 필립 마운트배튼과 결혼식을 올리고, 1953년 영국 윈저 왕조의 새로운 군주로서 공식적인 대관식을 치른 곳이기 때문이죠. 실제 웨스트민스터 사원은 수백년간 역대 영국 왕조의 대관식이 열린 유서 깊은 성지이자, 영국의 여러 위인이 영원히 잠들어 있는 장소로 유명합니다.

웨스트민스터 사원의 역사는 10세기까지 거슬러 올라갑니다. 960년쯤 로마 가톨릭 교회 소속 수도회인 베네딕도회 수도승을 중심으로 사원이 건립됐어요. 이후 신앙심이 깊기로 유명해 가톨릭의 성인으로 시성(諡聖·죽은 후 성인으로 올리는 것)된 영국의 왕 에드워드가 성 베드로를 기리는 석조 성당으로 이곳을 개조하기 시작했는데요. 1066년 사망한 그는 죽기 일주일 전 완공한 웨스트민스터 사원에 안장된 첫 번째 영국 왕이 됐어요. 이후 1700년대 중반까지 총 18명의 군주가 이곳에 묻혔는데요. 엘리자베스 1세의 무덤도 바로 이곳에 있답니다.

1245년 헨리 3세는 기존 웨스터민스터 사원 건물을 허물고 당시 프랑스에서 유행하던 최신 고딕양식으로 대대적인 재건축에 돌입했어요. 그는 자기 아들의 세례명을 에드워드로 지을 만큼 에드워드를 깊이 공경했는데요. 에드워드의 유해를 모신 성당을 더욱 장엄하게 만들고, 왕실의 대사를 치르는 성당의 권위를 높이기 위해서였죠. 사원은 1269년 1차 완공된 이후 250년 넘게 천천히 확장되며 1519년 지금의 형태를 갖추게 됐어요.

웨스트민스터 사원은 왕실뿐 아니라 영국의 중요한 위인들을 안장한 명예로운 장지예요. 아이작 뉴턴, 찰스 다윈, 스티븐 호킹 등 과학자부터 '캔터베리 이야기'의 저자 제프리 초서, 소설가 찰스 디킨스, 시인 토머스 하디 그리고 독일계 영국인인 작곡가 헨델까지 3300여 명에 달하는 영국의 유명인이 묻혀 있답니다.

이 중 가장 유명한 묘지는 바로 '무명용사의 무덤'입니다. 제1차 세계대전 전사자 중 연고를 알 수 없는 한 사람을 뽑아 안장했는데요. 전쟁에서 사망한 영국 군인 모두를 기리는 상징처럼 여겨져 큰 행사가 있을 때도 여기만은 밟고 지나가지 않는 것이 불문율입니다.
전종현 디자인·건축 저널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