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재밌다, 이 책!] 사는(live) 곳보다 사는(buy) 것 된 집… 재산으로서 집의 가치가 중요해졌죠

입력 : 2022.09.26 03:30
[재밌다, 이 책!] 사는(live) 곳보다 사는(buy) 것 된 집… 재산으로서 집의 가치가 중요해졌죠

부동산 쫌 아는 10대

오승현 지음 | 방상호 그림 | 출판사 문학동네 | 가격 1만3000원

"어른들은 '창가에 제라늄 화분이 놓여 있고 지붕 위로 비둘기가 날아드는 멋진 빨간 벽돌집'이라고 하면 관심이 없고, 100만프랑짜리 집이라고 해야 비로소 멋진 집이라고 경탄한다."

동화 '어린 왕자' 속 한 구절이에요. 여기에서 '빨간 벽돌집'은 거주와 생활 공간의 의미가 강해요. 그럼 '100만프랑짜리 집'은 무엇을 뜻할까요?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는 재산, 즉 '부동산'(不動産·움직여 옮길 수 없는 재산)의 의미가 강합니다.

이 책은 부동산에 대해 다루고 있어요. 부동산이라는 개념이 무엇인지, 인간에게 땅과 집이 얼마나 큰 의미인지, 언제부터 토지 거래가 시작됐는지와 함께 토지를 재산으로 축적하기 시작한 역사까지 알려줍니다. 어려운 이야기이지만 이해하기 쉽도록 친근한 구어체로 설명하고 있다는 것도 이 책의 장점이에요. 188쪽 분량의 얇은 책이지만 그 안에는 깊이 있는 부동산 얘기들이 가득합니다.

저자는 영화 '기생충'에 대해 언급하면서 집이 우리에게 주는 의미를 생각해보게 합니다. 영화 속 반지하 집과 대저택은 각각의 주인공이 처한 상황을 직관적으로 전달하는데요. 이처럼 오늘날 집은 우리의 사회적 지위 등을 나타내주는 수단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특히 요즘은 부동산으로서 집의 가치가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는 시대이고요.

저자는 우리나라가 50층 이상 주거용 초고층 건물을 세계에서 넷째로 많이 보유한 국가라고 설명합니다. 또 50년 사이 땅값이 4000배가 올랐다고 하지요. 집은 사는(buy) 것이자 사는(live) 곳이지만, 언제부터인가 우리나라에서 집은 사는(live) 곳이기보다 사는(buy) 것이라고 인식되기 시작했어요. 예전에 집이란 대대손손 물려주는 주거 공간이라는 개념이 강했지만, 요즘 사람들에게는 언제든 사고팔 수 있는 물건이 된 거예요.

저자는 부동산을 이해하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이 '땅'이라고 말합니다. 같은 프랜차이즈 빵집에서 파는 똑같은 빵이라도 지역마다 가격이 다른 경우도 있는데요. 한때 국내 한 프랜차이즈 브랜드에서는 같은 빵이 지역에 따라 가격이 900원 차이가 나게 팔린 적이 있다고 해요. 땅값이 비싼 곳에 있는 가게는 그렇지 않은 가게보다 같은 물건이라도 물건 값이 더 비싼 거예요. 토지에서 핵심적인 차이는 위치이고, 토지의 위치가 토지의 가치를 결정합니다. 이때 재산이라는 부동산의 개념이 등장하지요. 여기에서 삶의 터전으로서의 주택 개념은 희미해지고 부동산 개념이 뚜렷해집니다.

부동산은 현 세대뿐 아니라 미래 세대에게도 중요한 문제일 텐데요. 이 책을 읽고 부동산에 관한 시사점을 잡아 독서 토론을 해보는 것도 좋겠습니다.

김미향 출판평론가·에세이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