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고전 이야기] 공자·석가모니·소크라테스 등 출현해 종교적·철학적 사상 탄생시킨 시기죠

입력 : 2022.09.20 03:30

축의 시대

축의 시대 책 표지. /아마존
축의 시대 책 표지. /아마존
우리의 지구촌에서는 이제 편협하거나 배타적인 전망을 제시할 여유가 없다. 우리는 우리 자신의 나라로부터 멀리 떨어진 나라에 사는 사람들을 자기 자신처럼 여기며 살아야 한다.

영국의 종교학자 카렌 암스트롱(78)이 쓴 '축의 시대'(2006)는 출간 당시 "찬사 외에 달리 덧붙일 말이 없다" "더할 나위 없이 근사한 책" "한마디로 비범한 역사서" 등의 찬사를 받았어요. 축의 시대(Axial Age)는 동양과 서양 구별 없이 모든 인류가 정신의 기원으로 인정할 수 있는 시대를 일컫는 말이에요. 이 시대를 인류 공통의 기축(基軸), 즉 중심이 되는 시대라는 의미에서 축의 시대라고 이름 붙인 거죠. 이 개념은 본래 독일의 철학자 카를 야스퍼스가 저서 '역사의 기원과 목표'에서 처음 사용했어요.

저자는 축의 시대를 기원전 900년부터 기원전 200년 사이로 설정해요. 이 시기 인류 정신의 바탕이 되는 종교·철학적 사상이 탄생했기 때문이죠. 그가 주목한 곳은 중국과 인도, 근동(近東·중동), 그리스 네 곳이에요. 당시 중국에서는 공자와 묵자·노자 등이 제자백가를 이루며 동양 사상의 근간을 만들었고, 인도에서는 석가모니인 고타마 싯다르타가 등장하며 종교적 영향력이 커졌어요. 이스라엘에서는 엘리야·예레미야·이사야 등의 선지자들이 신(神) 중심 사회를 만들기 위해 활동했고, 그리스에서는 소크라테스·플라톤 등이 철학의 토대를 쌓고 있었죠.

저자는 이들의 출현이 불을 다루는 방법을 발견한 이후 인류에게 있어 가장 결정적인 사건이라고 주장해요. 이 시기에 이르러서야 사람들은 타인의 고통을 같이 느끼고, 인간의 비참함을 함께 슬퍼하는 공감과 자비의 정신을 발견했기 때문이라고 해요.

흥미로운 것은 이 시기 네 곳 모두 상황만 조금씩 다를 뿐 도시화가 급격하게 이뤄졌고, 인구가 증가하면서 그에 따른 사회 경제적 변화가 크게 일어나고 있었다는 점이에요. 또 숱한 정복 전쟁이 이뤄지면서 폭력과 무질서가 난무했어요. 과거의 전통적 관습이나 신에게 올리는 희생제는 더 이상 효과가 없었어요. 사람들은 이때부터 신화의 세계에서 벗어나 인간 존재에 집중하기 시작했어요. 개인의 자아, 도덕과 윤리의 문제가 화두가 된 거예요. 이런 거대한 변화 속에서 축의 시대는 탄생했어요.

저자는 당시 이뤄진 인간의 근본적 인식 전환과 사유의 깨달음을 통해 우리 시대 만연한 폭력과 증오를 극복할 수 있다고 보고 있어요. "기록된 역사 가운데 지적·심리적·철학적·종교적 변화가 가장 생산적으로 이루어졌던 때"인 축의 시대의 가르침을 오늘 우리 시대에 어떻게 적용할지 고민해보면 어떨까요.

장동석 출판도시문화재단 사무처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