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재미있는 과학] 온실가스 배출 줄이는 벼 개발했어요

입력 : 2022.09.20 03:30

온난화 막는 농법

/그래픽=유재일
/그래픽=유재일
지난 16일 전국 곳곳에 폭염주의보가 내렸어요. 9월 중순에 폭염주의보가 내린 건 2011년 이후 11년 만이에요. 지난 6월에는 서울에 때 이른 열대야(밤 최저기온 25도 이상)가 발생하고 많은 지역에서 일 최저기온이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어요. 이런 이상 기후의 근본 원인은 온실가스로 인한 지구온난화인데요. 농업은 지구온난화를 일으키는 온실가스의 주요 배출원 중 하나예요. 그래서 과학자들은 농업을 할 때 온실가스를 최대한 적게 배출하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지요. 농업에서 온실가스가 많이 배출되는 원인이 무엇인지 살펴보고 배출을 줄일 수 있는 친환경 농법에 대해 알아봅시다.

온실가스 주요 배출원인 농업

환경부 국가온실가스통계에 따르면, 2019년 기준 세계 온실가스 발생량은 약 510억t(온실가스 발생량을 이산화탄소 발생량으로 환산한 양)이에요. 이 중 농·축산업으로 인한 온실가스 배출 비율이 약 19%로, 제조업(31%)과 전기 생산(27%)에 따른 온실가스 발생에 이어 셋째로 높아요. 나머지는 교통·운송(16%), 냉난방(7%) 등 순이고요.

농업이 가장 많이 배출하는 온실가스는 메탄(methane)과 아산화질소(nitrous oxide)예요. 메탄과 아산화질소 분자는 이산화탄소 분자보다 열을 더 효과적으로 가둬요. 이산화탄소 분자 1개와 비교했을 때 메탄 분자 1개는 약 28배의 열을, 아산화질소는 약 265배의 열을 가둘 수 있죠.

벼 같은 농작물이 잘 자라려면 질소가 필요해요. 질소는 식물의 엽록소나 단백질 등의 구성 성분인데요. 질소가 없으면 식물이 생육할 수 없어요. 그래서 농업을 할 때는 화학적으로 합성한 질소 비료를 사용해요. 문제는 농경지에 뿌리는 질소 비료 중 절반 이하만 식물에 흡수되고, 나머지는 토양에 스며들거나 지하수로 흘러든다는 거예요. 그리고 질소의 산화물인 아산화질소 형태로 대기 중에 방출됩니다.

또 벼농사 과정에서 생기는 메탄 생산균과 같은 미생물이 메탄을 발생시키기도 해요. 메탄 생산균은 이산화탄소가 많고 산소가 적은 환경에서 주로 생장하는데요. 모내기를 마친 어린 벼가 호흡을 통해 산소를 흡수하기 시작하면 논의 물속에 녹아있는 산소와 토양의 산소가 소모돼요. 그러면 메탄 생산균이 활발하게 메탄을 배출하기 시작한답니다.

지구 온도 올라가면 수확량 감소

지구온난화로 지구 온도가 올라가면 농작물 수확량이 감소해요. 2004년 미국 네브래스카대 케네스 카스만 박사 팀이 필리핀에서 12년간 벼 생산성과 온도 변화의 상관관계를 분석한 결과, 지구 온도가 1도 올라갈 때마다 벼 수확량이 약 10%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어요. 최근에도 지구 온도와 수확물의 양은 반비례한다는 연구가 일관되게 나오고 있고요.

이 때문에 세계의 과학자들은 온실가스 감축 농법을 연구하고 있어요. 유전자 가위로 농작물의 유전자를 교정하는 방법도 그중 하나인데요. 유전자 교정(Genome editing)은 식물 유전체의 특정 염기 서열을 효소로 정확히 잘라내 원하는 특성이 발현되도록 하는 기술이에요.

콩과 식물의 뿌리에는 뿌리혹박테리아가 사는데, 이 박테리아는 공기 중 질소를 질소 화합물(단백질 등)로 바꿀 수 있는 화학물질을 생산해요. 그리고 바꾼 질소 화합물을 토양에 공급해요. 그래서 콩과 식물은 질소 비료를 쓰지 않아도 상대적으로 잘 클 수 있어요. 반면 벼와 밀 같은 곡식 작물에는 이 박테리아가 없어요. 그래서 질소 화합물이 포함된 질소 비료를 써야 하는 거예요.

미국 데이비스 캘리포니아대 에두아르도 블룸월드 교수팀은 지난 8월 벼의 유전자를 교정해 벼가 스스로 공기 속 질소를 생장에 최대한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기술을 개발했어요. 이 기술을 이용하면 질소 비료를 주지 않거나 적게 줘도 되는 거지요. 연구팀은 벼가 스스로 뿌리혹박테리아처럼 화학물질을 생성해 공기 중 질소를 질소 화합물로 바꿀 수 있도록 했어요. 연구팀이 유전자 교정으로 만들어낸 벼는 질소 비료를 사용한 벼처럼 잘 자랐어요. 수확량도 비슷했어요. 토양에 질소 비료를 뿌리지 않아도 되는 이 기술은 아산화질소 오염을 줄이는 데 크게 기여할 수 있어요.

이산화탄소 흡수 늘려 온실가스 감축

식물은 빛과 이산화탄소, 뿌리에서 흡수한 물을 이용해 영양분을 만드는 광합성 작용을 해요. 식물은 잎에 있는 기공을 열거나 닫아서 이산화탄소 흡수량을 조절해요. 그런데 기공을 열면 식물 잎에 있는 수분도 일부 빠져나가게 돼요.

그래서 건조할 때는 잎에서 배출되는 수분의 양이 뿌리가 잎으로 전달하는 수분의 양보다 많아지게 될 수 있어요. 특히 최근에는 지구온난화로 지구촌 일부 지역이 극심한 가뭄에 시달려 기후가 건조해지고 토양 수분 고갈 현상도 일어나고 있는데요. 이런 상황이 되면 식물은 최대한 기공을 닫아 수분 손실을 막으려고 해요. 하지만 기공을 닫으면 수분 손실이 적어지는 대신 이산화탄소 흡수량이 줄고 이 때문에 광합성 작용을 제대로 할 수 없어요. 그러면 에너지를 생성하지 못해 식물 세포가 죽을 수 있고요.

과학자들은 이런 상황에서 식물의 수분 손실을 최소화하면서도 이산화탄소 흡수량을 늘릴 방법을 개발했어요. 식물이 이산화탄소를 많이 흡수하면 지구온난화를 늦추는 데에도 기여할 수 있겠죠. 지난 8월 미국·영국 등 5국 국제 공동 연구팀은 기공이 열릴 때 잎의 수분이 배출되지 못하도록 수분을 꽉 붙잡아둘 수 있는 성질을 가진 콩·쌀·대두 등을 개발했어요. 이 역시 식물의 유전자 교정 방법을 쓴 건데요. 이 식물들은 유전자가 교정되지 않은 식물보다 수분 함량이 약 7.6% 높았고 수확량도 많았어요. 지구온난화로 건조한 지역이 늘어가는 상황에서 오히려 식물의 이산화탄소 흡수를 늘릴 수 있는 이 농법은 온실가스 감축에 큰 도움이 될 거예요.

김형자 과학 칼럼니스트 기획·구성=조유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