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식물 이야기] 모래 밑 뻗은 뿌리가 땅을 움켜쥐어 해안 침식 막아준대요
입력 : 2022.09.19 03:30
순비기나무
- ▲ 순비기나무는 7~9월이 되면 보라색과 자주색의 꽃을 피워요. /국립생물자원관
순비기나무는 하와이나 인도·중국·대만 등의 열대·아열대 지방에서 자라요. 우리나라에서는 경상북도와 황해도 이남의 해안가 모래땅에서 찾아볼 수 있고요. 순비기나무의 다 자란 높이는 20~100㎝ 정도인데요. 줄기가 옆으로 비스듬히 누워 땅 위를 기는 모양으로 자라요. 줄기의 마디마디에서 뿌리를 내리고, 모래 밑으로 뿌리가 뻗어나가는 것이 특징이지요.
동해안이나 서해안의 바닷가 모래밭·갯바위에서는 여기저기 줄기를 뻗어 군락을 이룬 순비기나무의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는데요. 뿌리가 땅을 움켜쥐고 있는 순비기나무는 바닷물에 모래밭이 씻겨 내려가 해안 침식이 일어나는 것을 막아주는 중요한 역할을 한답니다. 다만, 미국의 일부 지역에서는 순비기나무가 해안가를 너무 무성하게 뒤덮어 침입종으로 여겨지기도 한대요.
순비기나무의 이름은 '해녀가 숨을 비우고 (물 안에) 들어간다'는 뜻의 제주도 방언 '숨비'에서 유래했다고 전해져요. 제주도에서는 이 나무를 '숨비기낭'(낭은 나무의 제주도 방언)으로 부른다고도 하지요. 물속에 자주 들어가는 해녀들은 갑작스러운 압력 변화로 두통 등의 증상이 나타나는 '잠수병'을 앓기도 하는데, 순비기나무의 열매는 이런 잠수병 증상을 완화시켜 준다고 여겨졌대요. 그래서 예부터 순비기나무의 열매를 달여 먹거나, 열매로 베갯속을 채워 베고 자기도 했다고 하네요.
순비기나무는 7~9월쯤 보라색과 자주색의 꽃을 피우는데요. 가지 끝에 너덧 송이의 꽃이 모여 달려요. 박하와 같은 짙고 향긋한 냄새를 풍겨 향수를 만들 때도 사용한다고 해요. 꽃에는 꿀이 풍부해 벌들이 즐겨 찾는다고 하고요. 잎은 길이 2~5㎝ 정도로 타원형인데, 겉면에 회백색의 잔털이 아주 많아요. 줄기 전체에도 회백색의 잔털이 빼곡하게 나 있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