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재밌다, 이 책!] 부모에게 말보다 수화 먼저 배우고 입 대신 손으로 옹알이하며 자랐죠

입력 : 2022.09.19 03:30

반짝이는 박수 소리

[재밌다, 이 책!] 부모에게 말보다 수화 먼저 배우고 입 대신 손으로 옹알이하며 자랐죠
이길보라 지음|출판사 문학동네|가격 1만5000원

청각장애인 부모 밑에서 자란 청인(聽人·청각장애가 없는 사람)을 '코다(CODA)'라고 부릅니다. 청각장애인의 아이(Child of deaf adult)라는 뜻이에요. 이 책은 한국에서 코다로 자란 이길보라 감독의 에세이입니다. 이 감독은 책을 쓰기 전 농인 부모의 시선으로 본 세상에 대한 장편 다큐멘터리 영화 '반짝이는 박수 소리'(2015)를 만들었는데요. 영화를 만들기까지 자신과 부모가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책에 담아냈어요.

이 책은 나와 다른 사람을 어떻게 이해하면 좋을지, 또 그들에게 어떻게 다가가야 할지 섬세하게 알려줍니다. '반짝이는 박수 소리'라는 책의 제목은 수화에서 따온 거예요. 반짝이는 모양을 표현하는 것처럼 양손을 높이 들고 손을 좌우로 흔드는 것이 수화로는 박수를 친다는 의미라고 해요. 이 책이 입 대신 손으로 말하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라는 걸 제목을 통해 알 수 있어요.

농인 부모 이상국과 길경희 사이에서 태어난 이 감독은 책을 통해 "침묵의 세계에서 살아가는 농인과 달리 모든 소리가 너무나도 잘 들리는 당신의 세계는 어떠하냐"고 묻고 있습니다. 이 감독은 부모의 어린 시절부터 두 사람이 결혼을 하고 자식을 낳기까지의 과정을 들려줍니다. 청각장애를 가진 이들의 성장 과정과 삶, 그리고 사랑에 대해 이야기하는 거지요.

그리고 코다인 자신이 어떻게 자라왔는지도 말해줍니다. 이 감독은 부모에게 말 대신 수화를 먼저 배우고, 손으로 옹알이를 하며 자랐다고 해요. 그는 부모의 세상을 자연스럽게 인정하고 인지했지만, 사춘기에 들어서며 주변인들의 끊임없는 질문에 시달립니다. "너네 부모님은 정상이 아니야?" "너는 왜 청각장애인이 아니야?"…. 수화를 하던 엄마의 손은 아름다운 시구(詩句)가 되기도 했지만, 어떤 때에는 그저 부르기 위해 툭툭 어깨를 치는 무신경한 손짓으로 느껴지기도 했지요.

저자는 스물두 살 때 처음으로 코다라는 단어에 대해 알게 됩니다. 이 장면에선 저자의 지난 세월이 주마등처럼 펼쳐지는데요. 이 감독은 사춘기 이전에 손으로 말하고 사랑하고 슬퍼하는 사람들의 세상이 특별하다고, 자신의 부모가 그 누구보다 아름답다고 생각했다고 해요. 하지만 세상 사람들이 그것을 '장애' 혹은 '결함'이라고 말한다는 것을 알게 되며 정체성의 혼란과 함께 부모의 장애를 짊어졌다는 외로움을 느끼게 됩니다.

이 책처럼 코다의 이야기를 담은 미국 영화 '코다'(2021)가 지난 3월 제94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최고 영예인 작품상과 함께 각색상·남우조연상을 받았습니다. 영화에는 청인의 꿈을 듣는 농인의 이야기가 담겨 있는데요. 이 감독의 책과 함께 그가 만든 다큐멘터리, 그리고 아카데미상을 받은 미국 영화 '코다'까지 감상한다면, 코다에 대한 이해의 폭이 훨씬 넓어질 거예요.

김미향 출판평론가·에세이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