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클래식 따라잡기] 음색 다른 5개 관악기가 변화무쌍하게 조화 이뤄요
입력 : 2022.09.19 03:30
목관 5중주
- ▲ ①프랑스의 유명한 관악 연주 단체 ‘레 방 프랑세(Les Vents Fran ais·프랑스 바람)’가 지난 5월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목관 5중주 공연을 하고 있는 모습. 왼쪽부터 플루트, 오보에, 바순, 호른, 클라리넷 순. ②우리나라의 플루트 연주자인 김유빈(25)이 지난 7일(현지 시각) 독일 최고 권위의 뮌헨 ARD 국제 콩쿠르에서 플루트 부문 우승을 차지했어요. ③19세기 초 목관 5중주 작품을 적극적으로 만들기 시작한 독일의 프란츠 단치(왼쪽)와 체코 출생의 프랑스 작곡가 안톤 라이하. /리스트부다페스트음악원 유튜브·목프로덕션·위키피디아
김유빈은 불과 19세에 베를린 콘체르트하우스 오케스트라의 최연소 플루트 수석으로 임명돼 음악계를 놀라게 했는데요. 이번 우승으로 다시 한번 실력을 인정받은 거예요. 과거 한국의 음악가들은 피아노·현악기 부문에서 주로 활동을 했는데요. 최근엔 플루트와 같은 관악 분야에서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음악가가 빠르게 늘고 있어요.
플루트 연주가 포함된 목관 5중주는 피아노 3중주, 현악 4중주와 함께 실내악 분야에서 인기 있는 편성으로 꼽히는데요. 플루트·오보에·클라리넷·바순·호른이 함께 연주합니다. 이 악기들은 각기 다른 음색을 지니고 있는데, 이 때문에 비슷한 음색을 지닌 악기들의 조합인 현악 4중주(바이올린 2대·비올라 1대·첼로 1대) 등과 비교해 다채로움을 즐길 수 있다는 특징이 있어요. 목관 5중주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금관악기도 포함돼 있어
먼저 목관 5중주를 구성하는 악기들을 소개할게요. 플루트는 타원형으로 된 작은 구멍에 입김을 불어 소리를 내는 관(管) 형태의 악기입니다. 주로 높은 음역대를 담당하지요. 흔히 오늘날 주변에서 볼 수 있는 플루트는 금속으로 만들어져 있지만, 과거에는 플루트를 나무로 만들었어요. 그래서 목관 5중주에 포함돼 있는 거지요. 19세기 악기 제작자이자 연주자였던 테오발트 뵘(1794~1881)이 더 큰 음량을 내기 위해 플루트를 금속으로 만들기 시작한 후 오늘날에 이르고 있어요. 최근에는 나무로 만든 플루트도 자주 볼 수 있게 됐는데요. 나무로 된 플루트는 솔로 연주보다 오케스트라 연주에서 주로 쓰입니다.
오보에는 플루트와 함께 목관 5중주에서 높은 음역을 담당합니다. 오보에는 두 개의 리드(풀피리처럼 마찰시켜 소리가 나게 만드는 발성 기구)를 겹쳐 그 떨림으로 소리를 만드는데요. 리드는 얇은 갈대 조각으로 만들어져 있어요. 뾰족하고 콧소리가 섞인 듯한 음색을 내는 오보에는 어떤 악기와 함께 연주하든 전면에 소리가 드러나는 성격을 갖고 있어요. 그래서 오케스트라 연주를 시작할 때 기준음이 되는 'A'(라)음을 연주합니다. 교향악단 연주회에서 오보에가 첫 음을 내고, 다른 악기들이 오보에 음에 맞춰 소리를 내는 모습을 볼 수 있지요.
중간 음역을 담당하는 클라리넷은 전반적으로 부드러운 음색을 갖고 있어요. 아주 작은 소리부터 큰 소리까지 낼 수 있는 것이 특징이지요.
저음은 바순이 담당하는데요. 오보에처럼 두 개의 리드를 사용합니다. 바순은 낮은음에서 비극적인 느낌과 우스꽝스러운 느낌을 동시에 낼 수 있고, 상대적으로 고음을 낼 땐 공포스러운 기분을 연출할 수 있죠.
마지막으로 금관악기인 호른도 목관 5중주에 포함됩니다. 호른은 다른 금관악기에 비해 온화한 음색을 가지고 있어, 목관악기들의 소리를 한데 모으고 감싸 안는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답니다.
다른 악기 만나면 새로운 음색 만들어
목관악기는 저마다 개성이 강한 소리를 지니고 있어서 다른 악기와 만나면 그때마다 새로운 음색을 만들어낸다는 특징이 있죠. 그래서 클래식 작곡가들은 목관악기가 들어간 다양한 조합의 실내악을 만들었어요. 피아노와 함께하거나 현악기들과 합을 맞춘 실내악 곡 중에는 우리가 사랑하는 명곡이 많이 남아있어요. 모차르트의 피아노 5중주나 클라리넷 5중주, 베토벤의 피아노 5중주 등이 있지요.
19세기 초 작곡가들은 목관 5중주 편성의 장점을 파악하고 적극적으로 작품을 만들기 시작했어요. 대표적으로는 독일의 작곡가이자 첼리스트·지휘자인 프란츠 단치(1763~1826)와 체코 출생의 프랑스 작곡가 안톤 라이하(1770~1836)가 있습니다.
이탈리아인 첼리스트 아버지를 둔 단치는 뮌헨을 중심으로 활동했어요. 그가 1820년부터 1824년까지 4년간 작곡한 목관 5중주곡 9곡은 지금까지도 자주 무대에 오르는 명곡으로 남아있습니다. 라이하는 1811년부터 1820년까지 파리에서 목관 5중주 25곡을 작곡했는데, 이 곡들은 목관 5중주의 발전에 선구적인 역할을 했다고 평가받고 있습니다.
20세기 작곡가들도 뛰어난 목관 5중주곡을 다수 썼는데요. 그중 누구나 쉽게 들을 수 있는 작품 두 곡을 소개합니다. 헝가리의 작곡가 데네스 아가이(1911~2007)의 '다섯 개의 쉬운 춤곡'(1956)은 누구에게나 친숙한 춤곡 리듬을 쓴 즐거운 분위기의 곡입니다. 폴카·탱고·볼레로·왈츠·룸바 등 다섯 악장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활기 넘치는 분위기가 인상적이죠.
이탈리아 출신의 작곡가 루차노 베리오(1925~2003)가 1970년에 쓴 'Opus number Zoo'(오푸스는 작품이라는 의미)는 이름처럼 동물원에 있는 여러 동물을 묘사한 곡인데요. 연주자가 연주와 내레이션(해설)을 동시에 하는 특별한 형식입니다. '외양간의 춤' '어린 사슴' '늙은 쥐' '수고양이들' 등 네 개의 악장에서 연주자는 각자의 파트를 연주하는 동시에 동화작가이자 오페라 연출가인 로다 레바인이 만든 동시를 낭독하죠. 동시의 내용은 동물의 세계에서 나타나는 재미있는 사건이지만, 실은 인간들이 벌이는 전쟁과 탐욕에 대한 풍자를 담고 있습니다. 목관 5중주의 변화무쌍한 음색과 흥미로운 합주는 매력적입니다. 관악기들의 음악적 대화를 즐겨보세요.
[평창·서울서 특별한 공연 선보여]
유럽과 미국의 오케스트라에서 활동하고 있는 한국의 연주자들이 지난 7~8월 우리나라에 모여 특별한 공연을 열었습니다. 이들이 조직한 오케스트라 이름은 '평창 페스티벌 오케스트라'와 '고잉 홈(Going Home) 프로젝트 오케스트라'인데요. 고잉 홈 프로젝트 오케스트라는 평창 페스티벌 오케스트라의 일부 단원이 주축이 돼 만들었어요. 각각 평창대관령음악제와 서울에서 멋진 공연을 선보였지요.
최고의 기량으로 세계 무대에서 인정받는 연주자들의 등장에 청중은 환호했습니다. 그중 관악기 연주자들의 면면도 화려했는데요. 오보에 함경(핀란드 방송 교향악단 수석), 바순 유성권(베를린 방송 교향악단 수석), 호른 김홍박(오슬로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수석) 등은 많은 팬을 보유한 관악계의 스타 연주자로 꼽힙니다. 관악기 분야에서 우리나라 연주자의 활약은 앞으로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