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생활 속 경제] 폐페트에서 섬유 뽑아 옷 만들어… 페트병 수요 늘며 가격 올랐죠

입력 : 2022.09.15 03:30

ESG 경영과 가치 소비

/위키피디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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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얼마 전 폐페트병 가격이 올랐다는 내용의 기사를 봤어요. 대체 누가 어디다 쓰려고 돈 주고 사는 거고, 왜 가격이 오르는 거죠?

A. 환경부 자원순환정보시스템에 들어가 보면 지난 6월 기준 압축 페트(PET·페트병 제조에 쓰이는 합성수지) 1㎏ 평균 가격은 400.6원으로 작년 동기(301.9원) 대비 32.7% 오른 것으로 나와요. 버려진 페트병 값이 이렇게 오르는 이유는 최근 몇 년 사이 기업들 사이에서 각광받고 있는 'ESG 경영'과 관련이 있답니다. ESG는 '환경'(Environment), '사회'(Social)', '지배구조'(Governance)의 영어 머리글자를 딴 단어인데요. 친환경, 사회적 책임 경영, 지배구조 개선 등 문제를 고려해야 지속 가능한 발전을 할 수 있다는 기업 경영 철학을 담고 있어요.

요즘은 광고나 브랜드 이미지에 휘둘리지 않고 자신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를 토대로 물건을 사는 현상인 '가치 소비'가 유행처럼 번지고 있어요. 그중에서도 환경과 지속 가능성을 따지면서 물건을 사는 소비자들이 많아졌죠. 같은 물건을 사더라도 친환경 이념을 실천하는 기업 제품을 선호하는 소비자가 늘었다는 거죠. ESG 경영에서 'E'와도 맞아떨어지는 부분이에요. 그러다 보니 기업들이 버려진 페트병 등 전에는 쓰레기로 분류했던 재료들을 재활용한 상품을 내놓기 시작했어요.

대표적인 예가 폐페트병을 소재로 옷을 만드는 거예요. 페트병으로 옷을 만들 수 있다니 그 자체로도 흥미롭죠? 재활용 페트병을 세척해 압축한 후 잘게 분쇄한 다음 그것을 녹여서 가는 실로 뽑아내고, 그 실로 옷을 짓는 데 쓰는 '폴리에스터(polyester)'를 만드는 거예요. 원래 페트병과 폴리에스터 모두 원유(석유)로 만들거든요. 원재료가 같으니, 폐페트병을 녹여 실로 뽑아내 폴리에스터로 재탄생시킬 수 있는 원리예요.

이렇게 만든 옷은 '재생 패션'이라고 불리며 나름 전 세계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고 해요. 실제 의류 브랜드인 빈폴은 버려진 페트병이나 의류를 재활용한 제품을 출시할 예정이라고 하고, 또 다른 의류 브랜드인 블랙야크도 재작년부터 재생 섬유를 활용한 친환경 브랜드를 출시했어요. 아예 재생 섬유만을 사용하는 패션 업체도 하나둘 등장하고 있고요.

친환경 제품을 선호하는 소비자가 늘면서 재생 섬유로 만든 의류·신발·가방 등 생산이 증가하니, 그 재료가 되는 폐페트병을 사려는 기업들이 많아지면서 가격이 오른 거죠. 여기에 더해 정부는 2020년 6월부터 국내 폐플라스틱 재활용을 촉진하기 위해 재활용 플라스틱 수입을 제한했어요. 수입 제한 이전에는 일본·대만·태국 등에서 폐플라스틱을 수입했는데 이제는 못 해요. 폐페트병 같은 폐플라스틱 수요는 늘었는데, 공급은 줄었으니 거래되는 가격이 오르는 거랍니다.
김나영 양정중 사회과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