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재밌다, 이 책!] "무작정 화내지 말고, 혼내지 말고 제발 내 이야기 먼저 들어주세요"

입력 : 2022.09.15 03:30
[재밌다, 이 책!] "무작정 화내지 말고, 혼내지 말고 제발 내 이야기 먼저 들어주세요"

혼나기 싫어요

김세실 지음 | 폴린 코미스 그림 | 출판사 나무말미 | 가격 1만3000원

이 책의 주인공 아이는 간밤에 잠을 설쳤어요.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 순 없지만 아이는 어젯밤 울다가 잠들었어요. "어서 학교 갈 준비 해야지! 여태 꾸물거리고 있으면 어떡하니?" 엄마가 방에 들어와 말합니다. 그런데 고운 목소리가 아니네요. "아니, 방은 왜 이렇게 어질렀어? 숙제는 다 했고? 도대체 언제까지 엄마가 챙겨 줘야 해?"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아이는 야단부터 맞네요. 아이는 고개를 푹 숙이고는 속으로 말합니다. '내가 꾸물거린 건 갈아입을 옷을 찾느라 그런 거예요. 내 옷이 빨래 바구니에 쌓여 있어요.'

아이는 학교에 가려고 집을 나섭니다. "빨리빨리 차에 타! 너 때문에 지각하겠다!" 이번엔 아빠가 아이를 재촉하네요. 아이는 아빠의 굳은 표정과 큰 목소리가 무서웠어요. 부모님 모두 아침부터 기분이 좋지 않아 보여요. 사실 아이는 어젯밤에 부모님이 다투는 소리를 들었어요. 서로의 마음에 상처를 내는 날카로운 칼날 같은 말들 때문에 아이는 잠을 설쳤던 거예요.

학교에 간 아이는 이번엔 선생님께 혼이 납니다. "숙제를 다 했는데 안 가져왔다고?" 선생님은 왜 숙제를 두고 왔는지 묻지도 않아요. 아이는 온종일 혼만 나고 있어요. 아이는 만날 혼나기만 하는 것이 너무 화가 나네요.

아이는 이렇게 생각해요. '누구도 묻지 않아서 대답할 수 없었던 말들이 부글부글, 왈칵왈칵, 화산처럼 터질 것 같아요.' 아침부터 저녁까지 만났던 모든 사람에게 혼나기만 한 아이의 마음은 어떨까요? "제발 화내지 말고, 혼내지 말고, 내 이야기 좀 들어주면 안 돼요? 날 좀 먼저 꼭 안아 주면 안 돼요?" 이런 아이의 외침으로 이야기는 끝이 납니다.

그런데 책의 마지막 페이지가 남아 있네요. 그곳은 공백이에요. 작가는 "아이와 부모님이 함께 여기를 채워보라"고 말해요. 서로에게 하지 못했던 말이나 바람, 사랑과 약속에 관해 이야기하면 된다네요.

책을 쓴 김세실 작가는 아동심리와 심리치료 분야 전문가이기도 해요. 그림책을 통해 아이들의 다친 마음을 치료하는 일에 오랫동안 관심을 가져왔지요. 이 책은 집필에서 출간까지 4년이나 걸렸다고 해요. 김 작가는 코로나 팬데믹 상황에서 가정마다 스트레스가 크게 쌓이는 것을 보고, 2021년 봄을 가장 적절한 출간 시점이라고 판단했다네요.

작가는 어린 시절 부모님의 다툼 뒤에서 언제나 부모의 감정을 살피며 느껴야 했던 자신의 불안감과 분노를 떠올리며 글을 썼다고 해요. 여기에다 한때 '늘 혼나는 아이'였던 조카가 "세상에서 가장 싫은 건 '친구들 앞에서 혼나는 일'"이라고 작가에게 말해주었던 기억도 책에 함께 담았다네요. 아이들을 위해, 부모와 아이가 함께 읽어보면 좋을 그림책입니다.

김성신 출판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