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동물 이야기] 고무처럼 부드러운 발바닥… 바위산에서 미끄러지는 것 막아준대요
입력 : 2022.09.14 03:30
아이벡스와 큰뿔양
- ▲ 뿔이 등 쪽을 향해 반달 모양으로 휘어지듯 자라는 야생 염소 아이벡스(왼쪽)와 뿔이 위로 뻗는 듯하다 둥글게 나선형을 그리듯 자라는 야생 양 큰뿔양. /위키피디아
아이벡스는 중앙아시아와 유럽, 아라비아 반도, 북아프리카 등에 살고 있어요. 머리몸통길이는 최장 1.5m, 어깨높이는 최고 70㎝까지 자라죠. 아이벡스보다 덩치는 조금 더 큰데 비슷한 생김새를 가진 동물이 큰뿔양이에요. 미국·캐나다·멕시코의 서부 지역과 러시아의 시베리아 동부 및 캄차카 반도에 살고 있죠.
아이벡스와 큰뿔양은 뿔의 모양으로 구분할 수 있어요. 아이벡스의 뿔은 등 쪽을 향해 반달 모양으로 휘어지듯 자라는 반면, 큰뿔양의 뿔은 위로 뻗는 듯하다가 둥글게 나선형을 그리듯 자라거든요. 아이벡스와 큰뿔양 모두 암수 구분 없이 뿔이 돋지만, 수컷의 뿔이 훨씬 굵고 기다랗죠. 얼마나 길게 자라냐면, 어떤 아이벡스는 머리를 움직여 뿔 끝으로 가려운 배를 긁을 수도 있을 정도예요. 수컷들은 이런 당당한 뿔을 앞세워 번식기에 치열한 암컷 쟁탈전을 벌여요. 마주 보고 뿔을 앞세워 서로를 향해 돌진하며 박치기를 하죠. 길게는 1m가 넘게 자라는 뿔들끼리 맞부딪칠 때 멀리서도 '빡' 하고 커다란 소리가 날 정도죠. 한 마리가 지쳐 나가떨어질 때까지 싸움이 몇 시간 동안 지속되기도 해요.
이렇게 격렬하게 다투다 보면 자칫 두개골이 손상될 수 있을 것 같지만 그런 일은 좀처럼 일어나지 않아요. 그래서 과학자들은 아이벡스와 큰뿔양의 두개골에는 다른 동물에게선 보기 힘든 뛰어난 충격 흡수 기능이 있다고 본답니다.
아이벡스나 큰뿔양이 주로 살아가는 곳은 척박한 산악 지대예요. 사람이 숨쉬기도 힘든 해발 5000m 고원 지대에서도 살아갈 정도예요. 뾰족하게 솟은 바위산이나 낭떠러지가 있는 곳에서도 능숙하게 다니죠. 아이벡스와 큰뿔양은 이런 험준한 곳을 잘 다닐 수 있게 발굽이 진화했어요. 둘로 갈라진 발굽의 바닥 안쪽은 바깥쪽과 달리 딱딱하지 않고 고무처럼 부드러운데요. 이렇게 부드러운 바닥으로 땅을 디디면 발을 헛디디거나 미끄러지는 불상사를 막아주죠.
험준한 산악 지대는 맹수 같은 천적의 접근을 막아주는 효과가 있지만, 풀이나 나무가 잘 자라지 못해 먹이를 구하기가 쉽지 않다는 단점이 있어요. 그래서 아이벡스와 큰뿔양은 부족한 영양분을 섭취하기 위해 소금기가 있는 바위를 찾아 혀로 핥아서 염분을 섭취하곤 해요. 이들은 풀을 뜯기 위해 아주 가끔 사람들이 사는 지역으로 내려오는데, 제설용으로 뿌려둔 소금을 먹으러 떼로 몰려들어와 교통 체증을 유발하는 일까지 간혹 벌어진다고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