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재밌다, 이 책!] '커다란 달'처럼 환한 반딧불이에게 오래오래 숲 비춰달라 소원 빌었죠
입력 : 2022.09.08 03:30
달빛 조각
"아직 있을까?" 숲속으로 산책을 나서며 엄마가 이모에게 묻네요. 그러자 이모는 "그러게. 볼 수 있으면 좋겠다"고 대답해요. 엄마와 이모는 도대체 숲속에서 무엇을 보고 싶어 하는 걸까요? 주인공인 아이는 방 안에서 게임을 하며 쉬고 싶었지만, 엄마와 이모의 대화에 호기심을 느껴 함께 산책길에 나섭니다.
이 책은 신비로운 자연 속에서 느끼는 감성을 짧은 글과 그림으로 담은 그림책이에요. 가족과 숲으로 간 아이가 밤하늘을 수놓은 별빛, 바람결에 실려 오는 달맞이꽃 향기를 맡으며 숲속으로 향하는 모습이 그려져 있지요. 밤의 숲길은 도시에서 만나기 어려운 풍경을 선사해요. 숲이 어둠과 고요와 미풍을 불러들이면 밤의 신비한 형상이 드러나지요.
가족이 산책을 떠난 날은 그믐이에요. 그믐은 음력으로 그달의 마지막 날을 뜻하지요. 보름달이 가장 커다란 달이라면, 그믐달은 가장 작아진 달이에요. 게다가 한밤중에는 뜨지 않고 새벽녘에 짧게 볼 수 있지요. 이 때문에 그믐은 밤이 가장 어두운 날이기도 해요.
"개굴개굴" "피리리"…. 캄캄한 숲은 소리로 먼저 인사해요. 숲에는 가족과 동행하는 부엉이, 다람쥐, 고라니, 너구리와 살쾡이 등이 있을 거예요. 울창한 소나무와 젓나무, 낮은 파도로 일렁이는 야생화와 초록 잎들, 폭신한 살결의 이끼까지 숲은 아름다운 작은 우주입니다.
하지만 아이는 문득 캄캄한 숲에 무서움을 느껴요. 그러자 엄마는 "어쩌면 아주 멋진 것을 보게 될지도 몰라" 하며 아이를 다독여요. 이들은 땀을 부드럽게 식혀 주는 밤바람에 힘입어 더욱 깊숙한 숲속으로 걸어 들어가지요.
그런데 캄캄했던 숲 풍경이 갑자기 달라지네요. 가족은 조각조각 내려와 반짝거리며 온 숲을 밝히고 있는 '달빛 조각'을 보아요. 달빛 조각이라니, 어찌 된 일일까요? 반짝이는 조각의 정체는 바로 반딧불이였어요. 숲속을 가득 채운 반딧불이 덕분에 두려움은 모두 사라지고 가슴까지 환해졌어요. 엄마는 아이들을 꼭 안으며 이렇게 말해요. "옛날에 엄마와 이모가 너희만 했을 때 할머니, 할아버지랑 반딧불이를 보러 간 적이 있어. 너희한테 이 풍경을 꼭 보여주고 싶었단다."
주인공은 반딧불이가 모이고 모여 커다란 달이 되는 모습을 상상해요. 그러고 보름달에 빌듯 반딧불이에게 소원을 비네요. 주인공은 어떤 소원을 빌었을까요? 주인공은 이렇게 말해요. "반딧불이야, 숲을 오래오래 비춰 줘. 우리 언젠가는 다시 만나는 거다."
저자인 윤강미 작가는 윤동주 시인의 '반딧불'이라는 시에서 영감을 얻어 이 그림책을 구상했다네요. '가자 가자 가자/ 숲으로 가자/ 달 조각을 주우러/ 숲으로 가자.' 이 책은 짧은 시 한 편이 어떻게 이야기를 입어 그림책으로 다시 태어나는지 보여주고 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