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재미있는 과학] 악어는 먹잇감 먹을 때, 바다거북은 알 낳을 때 흘려요
입력 : 2022.09.06 03:30
눈물
눈 보호하고 이물질 씻어내는 역할
세균 막는 항균 물질도 포함돼 있죠
개도 사람처럼 기쁨의 눈물 흘려요
- ▲ /그래픽=진봉기
반가운 사람 만나면 눈물 흘려
눈이 있는 생물이라면 눈물이 있습니다. 하지만 사람이 아닌 동물이 눈물을 흘리는 이유가 감정을 느끼기 때문인지는 알기 어려운데요. 다케후미 기쿠스이 일본 아자부대 수의약대 교수팀은 생물학 분야 학술지 커런트 바이올로지에 개도 기쁨의 눈물을 흘린다는 연구 결과를 지난달 23일 발표했어요. 연구팀은 이 논문에서 "인간이 아닌 동물에게서 처음으로 긍정적인 감정이 눈물 분비를 촉진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고 했는데요.
연구팀은 우선 안구 건조증 검사 때 사용하는 '슈르머 눈물양 검사'(눈금이 있는 검사 용지를 눈에 대고 젖은 부분의 길이를 측정하는 방법)를 이용해 개의 눈물양을 측정했어요. 개가 어떤 기분인지는 통상 개의 꼬리를 보고 판단하지요. 낯이 익은 반가운 사람을 봤을 때 꼬리를 살랑살랑 흔드니까요. 개는 친숙한 사람을 만나 꼬리를 흔들 때 평소보다 눈물이 많아졌는데요. 연구팀은 이 연구 결과가 우연인지 아닌지를 확인하기 위해 개의 '옥시토신(oxytocin) 호르몬' 분비량을 확인했어요. 옥시토신은 좋아하는 상대를 보면 분비되기 때문에 '사랑 호르몬' '행복 호르몬'이라고 알려져 있는데요. 확인 결과 개는 친한 사람을 만났을 때 옥시토신이 더 많이 분비됐어요. 즉, 개가 친한 사람을 보면 애정을 느끼고 그로 인해 눈물이 많아진다는 사실이 밝혀진 겁니다.
악어·거북이·쥐의 눈물
다른 동물도 그럴까요? 아직 명확히 밝혀진 건 없습니다. 하지만 속설은 많지요. 대표적인 예가 악어입니다. 악어는 실제로 먹이를 잡아먹을 때 눈물을 흘리는데요. 먹이를 잡아먹으며 눈물을 흘린다고 해서 위선적인 눈물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악어의 눈물'이라는 말도 생겼지요. 악어는 눈물샘을 관장하는 신경과 턱을 움직이는 신경이 같아요. 그래서 악어가 먹잇감을 먹을 때 턱이 움직이며 눈물샘을 자극해 눈물이 나오는 거지요.
바다거북은 알을 낳을 때 눈물을 흘려요. 그래서 "거북이도 출산의 고통을 느낀다"는 말이 있는데요. 이는 바다에 살던 거북이가 육지에 알을 낳으러 올라와 건조한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염분 등이 섞인 눈물을 흘리는 것이랍니다.
의도적이진 않지만 눈물로 암컷을 유혹하는 동물도 있습니다. 바로 쥐인데요. 도하라 가즈시게 일본 도쿄대 교수팀은 이런 내용의 연구 결과를 과학 전문 학술지 네이처에 2010년 발표했어요. 연구팀은 암컷이 특정 수컷에게 자주 접근하고, 엉덩이를 찌르거나 꼬리를 말아 올리는 등 호감을 표하는 행동을 한다는 사실을 알아냈어요. 비밀은 눈물에 있었습니다. 수컷 쥐의 눈물에는 이성을 유혹하는 페로몬(ESP1)이 있는데요. 암컷이 자주 접근하는 수컷은 눈을 깜박거려 눈물이 잘 나오는 수컷이었다고 해요. 암컷 쥐는 원래 짝짓기할 수컷을 매우 까다롭게 고르기 때문에, 10번의 시도 중 1번 정도만 짝짓기를 허락한다고 하는데요. 눈물이 많이 나와 그만큼 페로몬이 더 많이 분비되는 수컷 쥐에게는 10번 중 5번이나 짝짓기를 허용했다네요.
눈 보호하고 더 잘 보이도록 도와
눈물의 성분 중 약 98.5%는 물입니다. 나머지 성분은 염류와 단백질·지방인데요. 지방을 제외한 다른 성분은 대부분 눈 주위에 있는 눈물샘에서 만들어집니다. 지방은 눈꺼풀 테두리에 있는 '마이봄샘'에서 분비되는데, 눈물이 잘 마르지 않도록 도와줍니다. 그래서 눈이 잘 마르는 안구 건조증은 이 마이봄샘에 문제가 있어 생기는 경우가 많습니다.
눈물은 눈이 마르지 않게 보호하고 들어온 이물질을 씻어내는 역할을 합니다. 외부에서 들어오는 세균을 막는 물질도 포함돼 있어요. 대표적인 성분이 '라이소자임'(lysozyme)입니다. 이 성분은 항생 물질인 페니실린을 발견한 영국의 의사이자 생물학자 알렉산더 플레밍(1881~1955)에 의해 알려진 물질인데요. 1922년 플레밍은 눈물과 침에 있는 어떤 항균 물질이 특정 세균(Micrococcus lysodeikticus)을 죽일 수 있다는 것을 발견합니다. 이 물질이 라이소자임이지요.
외부를 잘 볼 수 있게 돕기도 합니다. 매끈해 보이지만 눈은 여러 가지 세포가 모여 있는 세포의 집합체입니다. 물풍선 여러 개가 모여 있으면 표면이 울퉁불퉁하듯 눈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표면이 울퉁불퉁한 유리창으로 밖을 보면 빛이 이리저리 반사돼 잘 보이지 않습니다. 눈물은 울퉁불퉁한 표면을 매끈하게 코팅해 물체를 제대로 볼 수 있게 돕습니다.
그렇다면 과연 생물마다 눈물의 성분은 다를까요? 개나 말·사람 같은 포유류의 눈물 성분이 비슷하다는 것은 과학적으로 이미 입증된 사실인데요.
아리안 오리아 브라질 바히아연방대 교수는 동물보호센터에서 치료받는 올빼미·앵무·매 등의 조류와 바다거북·악어 등 파충류의 눈물을 채집해 포유류의 눈물 성분과 비교했습니다. 그 결과 눈물을 만드는 기관은 서로 달랐지만, 눈물의 성분과 농도는 포유류와 큰 차이가 없다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사는 환경에 따라 점도는 다를 수 있어도 눈물의 존재 목적은 모두 같은 만큼 비슷한 성분을 가진 거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