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재밌다, 이 책!] 나쁜 댓글 단 죄, 환경 오염시킨 죄… 오늘날 지옥의 모습 어떨지 상상했죠

입력 : 2022.09.01 03:30

우주지옥

[재밌다, 이 책!] 나쁜 댓글 단 죄, 환경 오염시킨 죄… 오늘날 지옥의 모습 어떨지 상상했죠
소윤경 지음 l 출판사 글로연 l 가격 2만1000원

많은 종교에서 지옥이라는 곳을 언급해요. 악하거나 불의한 사람의 영혼이 세상을 떠난 이후에 가서 처벌받는 고통의 장소가 있다는 건데요. 지옥을 그린 대표적인 문학 작품으로는 이탈리아 작가인 단테(1265~1321)의 '신곡'이 있어요. 1300년대 초 기독교 세계관을 바탕으로 지옥을 묘사해 집필한 책인데요. 인류의 역사에 영원히 남을 위대한 문학적 성과로 손꼽히는 작품이에요. 오늘날 기독교 문화권에서 상상하는 지옥의 구체적인 이미지는 700여 년 전 단테가 형상화한 모습으로부터 비롯됐다고 할 수 있지요.

최근 출간된 소윤경 작가의 '우주지옥'은 지옥을 형상화한 독특한 그림책이에요. 화려한 그림이 지면을 가득 채우고 있는데, 과거 묘사돼 왔던 지옥의 모습이 아니라 오늘날 우리에게 꼭 맞는 새로운 지옥의 모습을 상상하고 그것을 그림으로 그려낸 것이 특징이에요. 오늘날 인류는 지구를 넘어 우주까지 활동 영역을 확장하고 있어요. 그런데 작가는 우주로 향하는 인간의 모습을 보며 우리의 탐욕도 우주만큼이나 넓고 깊다고 생각했대요. 그래서 우주시대라고 불리는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꼭 맞는 새로운 지옥의 모습을 제시한 거지요.

작가에 따르면 우주 어딘가에는 지옥별이 있는데, 탐욕스러운 인간들은 죽은 뒤 이곳으로 추방당해요. 지옥별에는 여러 지옥이 있는데, 지은 죄에 따라 가게 되는 곳이 달라요. 작가는 지옥별에 가게 되는 원인을 크게 세 가지로 분류하고 있어요. 첫째는 자신을 돌보지 않은 죄예요. 시간을 낭비한 자는 쇳물지옥으로, 게으른 자는 사막지옥 등으로 가게 되지요.

두 번째는 나쁜 마음으로 인간관계를 망친 죄예요. 이들은 서로를 헐뜯고 질투하고 싸움을 일으킨 죄로 불화의 지옥에 떨어지는데요. 이 중에는 '악플지옥'이라는 이름도 있어요. 인터넷 등에 악의적인 내용의 댓글(악플)을 단 사람들이 가는 곳인데요. 이 지옥에서 죄인들은 서로의 과녁이 되어 화살과 표창을 상대방 심장에 꽂아 점수를 얻어야 해요. 그렇게 무려 9억2000만개의 과녁을 통과해 점수를 얻어야만 형벌이 끝나요. 나쁜 댓글로 상대방의 마음을 아프게 한 죄를 상징적으로 표현한 거지요. 또 익명 게시판에 거짓 소문을 퍼트린 자들이 가게 되는 울음지옥도 있고요.

세 번째는 주변 환경을 오염시킨 죄예요. 음식을 낭비하면 구토지옥으로, 동물을 학대하면 고기지옥으로, 물을 오염시키면 기름바다지옥으로 가야 해요.

이처럼 책에는 모두 17가지의 지옥이 등장해요. 책의 말미에 가면 오랜 시간에 걸쳐 형량을 마친 우주 지옥의 죄수들이 다시 환생의 문 앞에 서는 모습이 그려지는데요. 다음 생에 무엇으로 태어날지는 모르지만 맑고 새로운 생명을 새로 얻습니다. 지옥을 그리긴 했지만 끝내 희망을 이야기하는 거지요.

김성신 출판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