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재미있는 과학] 경기도 화성 '뿔공룡' 화석, 피부색까지 살려냈어요
입력 : 2022.08.30 03:30
화석 복원의 기술
- ▲ /그래픽=유재일
우리나라에서는 공룡의 발자국과 같은 '흔적 화석'이나 '알 화석'은 종종 발견되지만, 이처럼 보존 상태가 좋은 골격(뼈) 화석이 발견되는 일은 드물어요. 게다가 이 화석은 세계 학계에 한 번도 보고된 적이 없는 새로운 종이었어요. 그래서 학명도 '화성에서 발견된 한국의 뿔공룡'이라는 뜻인 '코리아케라톱스 화성엔시스'로 지었지요.
고생물학자들은 이 골격 화석의 주인이 1억2000만년 전 중생대 백악기에 살았고, 몸길이는 약 2.3m에 두 다리로 걸어다녔으며, 나이는 대략 여덟 살이라는 사실도 알아냈어요. 나아가 이미 알려진 뿔공룡의 모습을 기반으로 겉모습도 복원했답니다. 그런데 뼈만 화석으로 남아 있는 화성 뿔공룡을 보고 어떻게 피부의 질감과 색·줄무늬 등을 알아냈을까요?
고생물학자들은 현생 생물의 습성·행동·겉모습을 바탕으로 고생물의 행동과 겉모습을 추측해요. 예를 들어 피부는 공룡의 후손인 이구아나·악어 같은 파충류의 모습을 참고해서 복원하고, 덩치가 큰 초식 공룡의 행동은 덩치가 크고 뿔이 있는 코뿔소와 같은 초식 동물의 모습을 보고 추측하는 거예요.
이처럼 현재 우리와 함께 숨 쉬고 있는 동물에 대해 잘 알면, 화석으로만 남아있는 고생물의 생김새나 습성 또한 추측할 수 있답니다. 예컨대 오늘날 우리는 티라노사우루스 같은 수각류 공룡(공룡 분류의 한 종류)이 방귀를 뀌지 않았을 것이라고 추측하는데요. 이는 그 후손인 현생 조류, 즉 새가 방귀를 뀌지 않기 때문이에요.
줄지어 이동하는 곤충 화석
오늘날 지구상에 있는 절지동물 가운데는 리더를 따라 이동하는 습성을 가진 것들이 있어요. 닭새우가 대표적이에요. 닭새우는 번식지로 가거나 폭풍을 피할 때 리더를 따라 이동해요. 새우들은 무리를 잃어버리지 않으려고 앞선 새우의 부채꼬리와 뒤따라가는 새우의 부속지(몸통에 붙어 있는 기관이나 부분) 가운데 하나를 맞대고 긴 사슬 모양을 이뤄 수일 동안 바다 밑에서 이동해요. 이렇게 줄지어 있으면 유속의 영향을 덜 받고, 포식자로부터 공격을 덜 받으니까요.
과학자들은 이런 모습을 보고 화석으로 남은 고대 생물의 생태를 유추하기도 해요. 모로코 남부에 있는 4억8000만년 전의 지층에서는 2019년 삼엽충의 일종인 암픽스 프리스쿠스(Ampyx priscus) 화석이 발견됐어요. 이 삼엽충은 눈이 없고 머리 부분에 가시 하나가 삐죽 나 있었어요. 흥미로운 점은 삼엽충이 줄지어 가고 있는 모습으로 발견됐다는 거예요. 즉, 삼엽충은 오늘날의 닭새우처럼 혼자 다니지 않고 3마리에서 22마리가 줄지어 이동했던 거예요.
덴마크의 5500만년 전 지층에서는 1700여 마리에 이르는 나방무리의 화석이 발견됐는데요. 몸길이 14㎜의 아주 작은 나방이었는데, 현생 나비목(나비류와 나방류를 전부 포함하는 분류군)에 속하는 '이맥류'(Heteroneura) 종이에요. 그런데 나방의 화석이 발견된 이 지층은 5500만년 전에는 바다였어요. 도대체 왜 바다에서 나방무리 화석이 발견된 걸까요?
이 역시 오늘날 현생 생물의 모습을 보고 추측할 수 있어요. 현생 생물 중 '작은멋쟁이'(Vanessa cardui) 나비는 무리 지어 사하라 사막과 지중해를 건너며 아프리카와 유럽을 오가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요. 조건만 좋으면 왕복 1만㎞ 이상 나는 거지요. 즉, 덴마크에서 발견된 나방무리는 무리 지어 바다를 건넜던 거였어요.
이처럼 우리는 현생 생물 중 몸집은 작아도 무리 지어 이동하며 살아남는 곤충이 있다는 사실을 알아요. 그 덕분에 바다 밑에서 생성된 지층에 나방 떼 화석이 있어도 놀라지 않고 그 이유를 추측할 수 있는 거예요.
방귀 화석으로 알 수 있는 것들
발트해와 도미니카의 신생대 지층에서는 곤충이 갇힌 호박이 많이 나와요. 이 중에는 장내 미생물이 만든 가스가 항문을 통해 나오는 순간을 그대로 보여주는 개미·파리·벌 등이 호박 안에 남아 있는데요. 어떤 곤충은 항문이 막혀 가스가 나오지 못해 배가 빵빵해진 것도 있어요.
이 곤충들은 나무에 앉아 있다 끈끈한 수액을 뒤집어쓰고 오도 가도 못한 채 죽었을 거예요. 곤충이 죽어도 장에 살고 있는 미생물은 조금 더 버틸 수 있어요. 이들은 산소가 없어도 살 수 있거든요. 미생물은 곤충이 죽은 후에도 장에 남은 음식을 열심히 분해해요. 그 과정에서 가스가 생기고 항문으로 나오지요.
죽은 곤충이 뀐 방귀는 끈끈한 수액 안에 갇혀 곤충과 함께 호박의 내포물이 되고 말아요. 그래서 우리가 방귀 화석을 얻을 수 있는 거지요. 곤충이 뀐 방귀 화석은 곤충과 인간이 오래전부터 미생물과 공생해왔다는 사실을 알려준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