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사소한 역사] 중국에서 처음 만들어져… 조선 두부는 명나라 황제 입맛도 사로잡았죠
입력 : 2022.08.09 03:30
두부
- ▲ /픽사베이
두부라는 음식이 처음 만들어진 곳은 중국입니다. 하지만 언제 만들어진 것인지는 확실하지 않은데요. 당나라 말기에서 북송 초기인 10세기 전후로 추정돼요. 중국 송나라의 유학자인 주희(朱熹)가 12세기 남긴 한 시(詩)에 "한나라의 제후왕(황제에게 특정 지역의 통치권을 받은 왕)인 회남왕 유안(기원전 179년~기원전 122년)이 발명했다"는 기록이 있지만, 이 외에 신뢰할 만한 다른 기록은 없어 역사적 사실인지는 확실치 않아요.
고려의 문신인 최승로(927~989)가 제6대 왕 성종에게 올린 상소문 '시무 28조' 중 제4조에는 두부와 관련한 내용이 나오는데요. "술과 두부로 행인에게 시주(施主·물건을 베푸는 일)하는 작은 일은 두루 베풀어지지 않으며 임금의 체통이 아니기에 상선벌악(賞善罰惡·착한 사람에게 상 주고 악한 사람에게 벌 주는 일)에 힘쓰라"는 내용입니다. 작은 선행보다 왕이 할 일에 집중하라는 뜻인데, 두부를 언급한 것을 보면 고려 시대에 두부가 한반도에 이미 전파됐던 것으로 짐작할 수 있습니다.
조선의 두부 만드는 기술은 중국에서도 인정할 정도로 뛰어났다고 합니다. 세종실록에 따르면, 명나라 사신으로 파견된 백언(白彦)이 조선식 두부를 황제인 선덕제(재위 1425~1435)에게 바쳤더니 황제가 매우 맘에 들어 해서 백언에게 상을 내렸다는 기록이 있어요.
조선의 두부는 임진왜란 때 명나라 군인의 식단으로도 제공됐어요. 선조실록에 따르면, 당시 원병(援兵·자기편을 도와주는 군대)으로 온 명나라 군인이 조선의 백성을 약탈하는 것을 금지하는 대신 조선은 명나라 군인에게 음식을 제공하기로 하는데요. 군인의 계급에 따라 세 가지 등급의 식단으로 나뉘었는데, 모두에 두부가 포함됐습니다.
일본에서는 12세기 무렵 두부와 관련된 기록이 처음 등장하지만, 임진왜란 이후인 에도 막부(1603~1868) 시기가 돼서야 두부가 대중화됐다고 합니다. 임진왜란에 참전한 일본인 장수가 조선에서 두부 제작법을 배워 일본으로 돌아가 두부를 만든 뒤 널리 퍼트렸다는 설이 있고, 두부를 만들 줄 아는 조선인을 일본으로 데려가 두부를 만들게 했다는 설도 있습니다. 당시 일본군은 조선의 도자기 기술자나 성리학자 등을 일본으로 납치해 일본의 문화를 발전시키는 데 이용했기 때문에 두부의 경우에도 후자 쪽이 사실에 가까울 것으로 추정되고 있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