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수학 산책] 크기와 방향을 가진 힘도 수처럼 더하고 뺄 수 있죠

입력 : 2022.07.28 03:30

평행사변형과 벡터(vector)

[수학 산책] 크기와 방향을 가진 힘도 수처럼 더하고 뺄 수 있죠
'힘'의 개념을 숫자처럼 더하고 뺄 수 있을까요? 정확히 같은 방향으로 작용하는 두 힘이 있다면, 두 힘의 크기를 더하면 됩니다. 하지만 힘은 크기와 동시에 방향을 가지고 있습니다. '밑으로 누르는 힘' '옆으로 미는 힘'처럼요. 그럼 서로 다른 방향으로 작용하고 있는 힘은 더하거나 빼는 것이 불가능할까요?

사람들은 힘과 같이 방향이 포함된 '양'(量), 즉 힘을 수와 같이 더하고 뺄 방법은 없을까 고민했어요. 그러다 마주 보는 두 쌍의 변이 각각 평행인 사각형 '평행사변형'에서 착안해 이 문제를 해결하게 됩니다.

〈그림 1〉을 보세요. 이 그림은 만약 같은 점에서 각각 다른 방향으로 작용하는 힘 a와 b가 있다면, 이 두 힘을 합한 힘은 힘 c와 같이 작용한다는 것을 표현한 거예요. 힘 a와 힘 b를 더하면 힘 c가 되고, 반대로 힘 c는 두 개의 힘 a와 b로 나뉠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이와 같이 방향을 가진 힘을 더하거나 뺄 수 있도록 한 개념을 수학적으로는 '벡터'(vector)라고 설명합니다. 이 발견이 위대하다고 여겨지는 이유는 벡터라는 개념을 통해 힘의 문제를 수처럼 편리하게 연산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는 거예요.

고대 그리스와 로마에서는 이렇게 특정 방향(c)으로 작용하는 힘이 각각 a와 b로 나누어지기도 한다는 원리를 이용해 건물을 만들기도 했는데요. 바로 돌들을 쌓아 활과 같은 곡선 모양으로 만든 아치형 건축물 등입니다. 〈그림 2〉처럼 이 아치형 건물은 위로부터 전해지는 엄청난 무게를 평행사변형의 원리에 따라 양옆의 돌들과 나누고, 그 하중을 조금씩 아래로 옮겨 튼튼한 기둥으로 전해요. 그러면 기둥은 이 하중을 뿌리 박고 있는 대지로 흘려보냅니다. 아치형의 건물은 서로 힘을 전달하는 와중에도 인접해 있는 돌들과 서로 힘의 평형을 이루며 아치의 모든 부분에서 힘의 균형을 맞춥니다. 이것이 아치형 건물이 수천년의 세월을 견고하게 버텨온 이유입니다.

최영기 서울대 수학교육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