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사소한 역사] 역대 임금의 위패 모시는 곳… 중국 주나라에서 처음 시작됐죠
입력 : 2022.07.26 03:30
종묘(宗廟)
- ▲ 조선시대 왕과 왕비의 위패를 모신 종묘 내부의 모습. /국립중앙박물관
숲길로 이어져 있던 종묘와 창경궁은 1932년 일제가 '종묘관통도로'(지금의 율곡로)를 내면서 단절됐어요. 이 도로를 지하화하고 그 위로 걸어다닐 수 있는 숲길을 다시 만든 거예요. 종묘가 어떤 곳이었는지와 다른 나라의 종묘, 혹은 이와 비슷한 시설에 대해 알아볼까요?
우리나라에서는 삼국시대부터 왕이 국가를 세우면 종묘와 사직(社稷·토지 신과 곡식 신 또는 이들에게 제사를 지내는 사당)을 함께 설치했어요. 신라시대에는 신문왕 때부터 5명의 임금을 사당에 안치한 '5묘제'를 만들었고, 고려시대 때는 7명의 임금을 안치한 '7묘제'를 만들어 제사를 지냈지요.
왕위가 바뀌면 앞서 종묘에 안치됐던 임금의 위패를 다른 곳으로 모시고, 나중에 죽은 임금의 위패를 새로 안치하는데요. 이렇게 다른 곳으로 위패를 옮기는 것을 '조천'(祧遷)이라고 합니다. 5묘제는 현재 왕을 기준으로 5대조까지, 7묘제는 7대조까지 모시는 것이 원칙이었지만, 위대한 업적을 남긴 왕들은 종묘에서 절대로 조천하지 않는 '불천위'(不遷位)로 지정돼 종묘를 지켰습니다.
역대 왕을 신으로 모시는 종묘는 유교 문화에서 유래했어요. 그래서 이와 비슷한 시설도 주로 동아시아권에서 찾아볼 수 있는데요. 종묘 문화가 시작된 곳은 중국으로, 주(周)나라(기원전 11세기~기원전 256년) 때부터 종묘를 만들어 운영했다고 해요. 특히 명나라 때에는 '역대제왕묘'(歷代帝王廟)를 만들고 명나라 이전 왕조의 황제들을 위한 사당으로 삼았는데요. 이곳은 청나라 때에도 계승돼 명나라의 황제들은 물론 명나라 때는 모시지 않았던 요(遼)나라, 금(金)나라의 황제까지 모셨어요.
일본에서는 '신궁'(神宮)이 종묘와 비슷한 역할을 하는데요. 다만 일본의 신궁은 역대 왕의 위패를 함께 모시는 한국과 중국의 종묘와 달리 신궁별로 한두 명의 천황이나 일본 신화 속의 신들을 각각 모시고 있어요. 이 때문에 일본에는 여러 신궁이 존재하고요.
대표적인 신궁으로는 '이세 신궁'(伊勢神宮)이 있습니다. 이곳에는 일본 건국 설화에 등장하는 태양신 아마테라스 오미카미의 위패가 모셔져 있는데, 일본에서는 이 신을 천황가의 조상이라고 여기고 있어요. 또 천황의 권위를 상징하는 '야타의 거울'(八咫鏡)이 보관되어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