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고전 이야기] 자극적인 사진으로 전쟁·기아 즐겨… 폭력에 무감각한 사회에 울리는 경종
입력 : 2022.07.26 03:30
타인의 고통
- ▲ ‘타인의 고통’의 초판. /위키피디아
미국의 작가이자 평론가, 사회운동가인 수전 손태그(1933~2004)가 펴낸 '타인의 고통'(2003)은 "거짓 이미지와 뒤틀린 진실로 둘러싸인 세계에서 사상의 자유를 굳건히 수호한 책"이라는 평가를 받는 현대의 고전이에요.
우리는 지금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는 온갖 폭력과 잔혹함을 스마트폰을 통해 실시간으로 보고 있어요. 저자는 이를 '재앙의 이미지'라고 표현합니다. 우크라이나가 겪고 있는 참혹한 전쟁, 아프리카 여러 나라 아이들이 굶주리고 있는 상황 등이겠지요.
하지만 사진을 비롯한 숱한 이미지를 통해 폭력과 잔혹함을 본다고 해서 그것이 타인의 고통과 괴로움에 대한 공감 능력으로 이어지지는 않습니다. 이미지 과잉 사회가 되면 오히려 타국에서 발생한 참혹한 재앙을 화면을 통해 보는 '오락거리' 정도로 생각할지 모릅니다. 그러면서 이런 고통을 받지 않는, 일종의 특권을 누리는 우리는 그들과 같은 지도 상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에 안심하고 있는 셈이고요.
수전 손태그는 이 대목에서 "우리의 특권이 그들의 고통과 연결되어 있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숙고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강조해요. 고통의 이미지가 "하룻밤의 진부한 유흥거리"가 되는 순간, 말로만 참상에 정통해지며 타인의 고통에 대해 진지해질 수 있는 작은 가능성마저 사라지기 때문이죠.
저자의 말마따나 "신경을 거스르고, 소란을 불러일으켜야 하며, 눈을 번쩍 뜨이게" 만드는 사진이나 영상이 최근 소셜미디어(SNS)에 많아졌어요. 자극적 이미지는 스스로 생존을 위해 갈수록 자극적인 요소를 더하게 되고, 결과적으로 타인의 고통이 "소비를 자극하는 주된 요소이자 가치의 원천"이 되고 말아요. 인간을 인간으로 대접하지 않고 사물로 대하게 되는 것이죠. 현대인들이 타인의 고통에 무감각해지는 것은 이런 악순환 때문이에요.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요? '있는 그대로의 세계'를 응시하며 세계 곳곳의 고통과 불행이 내가 누리는 일상의 작은 행복과 연결되었을지도 모른다는 점을 생각해 보는 것이 중요해요. 예컨대 우리가 아무렇지도 않게 가지고 노는 축구공은 가난한 나라 어린이들이 대가도 제대로 받지 못한 채 만들었을 수 있겠죠. 이 책은 '투명한 세계를 볼 수 있는 힘'만이 타인의 고통에 동참하는 일임을 잘 알려준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