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재미있는 과학] 고혈압·고지혈증 있으면 잘 물려… 빨간색 옷 피하세요
입력 : 2022.07.26 03:30
모기 퇴치법
이 말이 사실일까요? 단순히 혈액형 때문이라고 보기는 어렵지만, 근거가 전혀 없는 말은 아니랍니다. 모기는 몸 냄새인 '체취'가 진한 사람을 좋아합니다. 피에 지방이 많으면 기름기인 피지가 많이 분비돼 체취가 진해질 수 있어요. 보통 고혈압이나 고지혈증을 앓는 사람들은 혈액에 지방산이 많습니다. 그래서 모기에게 물릴 가능성이 높은데, 통계에 의하면 고혈압과 고지혈증 환자 중에는 O형이 많다고 해요.
모기가 "웨엥~" 소리를 내며 날아다니는 여름이 왔습니다. 과연 어떤 사람이 모기에게 잘 물리는 걸까요? 모기에게 물리지 않는 과학적인 방법은 없을까요? 모기에 대해 알아볼게요.
특정 색 선호하는 것 밝혀져
"모기가 피 색깔인 '빨간색'을 좋아한다." 속설로 떠돌던 이 이야기가 최근 사실로 밝혀졌어요. 모기가 빨간색을 포함한 특정 색에 반응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온 건데요. 이 연구는 지난 2월 국제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Nature Communications)에 실렸어요.
미국 워싱턴대의 제프리 리펠 박사 연구팀은 투명한 실험실 안에 '이집트 숲모기'(Aedes aegypti) 암컷을 넣고 실험을 했어요. 실험실 바닥에는 빨간색·주황색·검은색·녹색·청색·흰색 등의 원형 딱지를 붙여 놨고요. 모기는 단순히 딱지만 붙여 놨을 때는 어떤 색에도 반응하지 않다가, 이산화탄소를 뿌리자 빨간색과 주황색, 검은색 딱지를 향해 날아들었어요. 반면 녹색과 청색, 흰색 등의 딱지에는 반응을 보이지 않았고요. 이는 모기가 이산화탄소에 노출되면 시각이 활성화되고, 그러면서 특정 색으로 날아든다는 것을 의미해요. 모기가 달려든 색깔들은 모두 긴 파장을 가진 빛이라는 공통점이 있는데요. 모기가 특정 색을 선호한다는 사실이 처음 밝혀진 거예요. 모기가 왜 빨간색·주황색·검은색에 반응하는지 정확한 이유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모기에게 물리지 않으려면 이 같은 색의 옷은 피하는 게 좋다고 연구진은 지적했어요.
"자주 씻으면 덜 물린다?" 사실
모기는 평소 약 1m 이내의 물체 정도만 구별할 수 있는 심각한 근시예요. 그래서 머리에 달린 더듬이로 '이산화탄소'(CO₂) 농도 등을 감지해 동물을 찾아내요. 약 50m 떨어진 거리에서도 농도 변화를 감지할 수 있지요. 동물은 공기를 들이마신 뒤 산소는 흡수하고 이산화탄소를 내뿜습니다. 동물이 내뿜은 이산화탄소는 곧 대기 중으로 흩어지는데, 모기는 이 미묘한 농도 변화를 따라 동물에게 다가오는 거예요.
이는 이산화탄소를 많이 내뿜으면 모기를 유인할 확률이 높다는 뜻입니다. 영양분을 흡수하고 분해해 에너지를 만드는 과정을 신진대사라고 하는데, 신진대사가 활발할수록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늘어나게 돼요. 어린이나 임신부, 그리고 체중이 많이 나가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신진대사가 활발합니다. 또 운동을 한 직후나 알코올을 섭취한 후에도 신진대사량은 올라가고요. 이런 사람들이 모기에게 잘 물린다는 거지요.
모기가 좋아하는 냄새인 체취가 진해도 모기에게 잘 물리게 되는데요. 체취는 주로 체온을 조절하는 땀에 의해 만들어집니다. 젖산·요산·지방산·암모니아 같은 물질이 들어 있어요. "모기에게 물리지 않으려면 자주 씻으라"는 말이 있는 이유가 이 때문입니다.
개박하·개다래 나무 키우세요
식물을 이용해 모기를 쫓아볼까요? 미국 노스웨스턴대 연구팀은 지난해 모기 쫓는 식물에 대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어요. 바로 '개박하'와 '개다래 나무'입니다. 두 식물은 고양이가 좋아하는 식물로 알려져 있는데, 고양이를 유혹하는 물질인 '네페탈락톤'(nepetalactone)에 그 비밀이 있었어요.
연구팀은 이 물질이 모기가 통증이나 가려움증을 느끼도록 하는 자극 수용체(TRPA1)를 활성화한다는 사실을 알아냈어요. '고추냉이 수용체'라고도 불리는데, 모기가 네페탈락톤에 노출되면 자극을 받아 고통을 느껴서 피해간다고 해요.
이미 모기에게 물렸을 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모기 물린 곳이 가려워지는 것은 모기가 피가 굳는 것을 막기 위해 주입하는 물질 때문입니다. 이 물질에 알레르기 반응이 일어나 가려운 것이지요. 벌레 물린 곳에 바르는 약이 있으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으면 40도 넘는 따뜻한 물에 물린 부위를 담그면 좋습니다. 모기가 주입하는 물질은 단백질 종류 중 하나인데요. 단백질은 40도 넘는 온도에서는 그 형태를 유지하지 못하고 파괴됩니다. 가려움을 만드는 물질이 사라지면 가려움도 곧 가라앉게 된답니다.
개체 수 줄이는 연구도 활발
최근에는 모기 개체 수를 줄이는 연구도 활발해요. 이집트 숲모기는 뎅기열이나 황열병, 지카 바이러스 같은 감염성 바이러스를 옮기는 것으로 유명한데요. 영국 생명공학 기업인 옥시텍(Oxitec)은 이집트 숲모기의 유전자를 변형해 개체 수를 줄이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어요.
야생 암컷 모기가 유전자 변형 수컷 모기와 짝짓기를 하고 알이 부화하면, 변형된 유전자가 활동을 시작합니다. 수컷 유충에는 유전자가 전달만 되지만, 암컷 유충의 경우 성장을 방해해 죽게 만들지요. 자라난 수컷 모기는 변형된 유전자를 가진 채로 암컷 모기와 짝짓기를 하고, 이 과정이 반복되는 거예요. 다만 아직 암컷 모기만 골라 죽이는 유전자는 약 3대까지밖에 유전되지 않는다는 한계가 있어요.
피가 아닌 꽃의 꿀이나 나무의 수액을 먹는 '왕모기'를 활용하는 방법도 연구되고 있어요. 이 모기의 유충은 다른 모기의 유충을 잡아먹고 사는데, 유충으로 사는 약 16일간 한 마리가 대략 다른 모기 유충 400여 마리를 먹어 없앤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