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재밌다, 이 책!] 추억 담긴 집 빼앗긴 할아버지 위해 사기꾼에 맞서 도둑질 나선 아이들
입력 : 2022.07.25 03:30
좋은 도둑들
'좋은 도둑'이 있을까요? 이 책은 1920년대를 배경으로 주인공과 친구들이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도둑질에 나서는 내용입니다. 영국 방송사 BBC가 주는 아동 문학상인 '블루 피터상', 영국 최대 서점 체인 워터스톤스가 주는 '워터스톤스상' 등을 받은 영국 작가 캐서린 런델의 장편소설이에요. 가족과 사랑이라는 뻔할 수 있는 주제를 재기 발랄한 문장력과 흥미진진한 이야기로 뻔하지 않게 그려내, 영국에서 10만부 이상 팔렸지요.
주인공 '비타'는 영국에서 엄마와 단둘이 살고 있었어요. 아빠는 제1차 세계 대전에서 전사했지요. 소아마비를 앓았던 비타는 왼쪽 다리를 절어요. 그래도 비타는 애정이 넘치는 할아버지의 따스한 지도로 씩씩하게 큽니다.
그런데 어느 날, 비타가 가장 사랑하는 할아버지가 자신이 살던 미국 뉴욕의 허드슨성에서 빈털터리로 내쫓길 신세가 되어 버렸습니다. 범죄자이자 사기꾼인 소로토어가 "성을 학교로 바꾸자"고 제안하고는 성에 대한 권리증을 빼앗아 간 거예요. 할아버지에게 이 성은 할머니와 함께한 추억이 가득한 곳이었어요. 이제 비타가 할아버지의 애정에 보답할 차례입니다. 비타는 성 권리증을 되찾아 소중한 집과 추억을 할아버지에게 돌려주고자 하죠.
비타는 친구들과 뜻을 모아요. 공중 곡예의 달인 '새뮤얼', 한번 본 건 절대 잊지 않는 기억력을 지닌 '실크', 서커스단 조련사 '아르카디'와 함께요. 이 책은 캐릭터에 대한 묘사가 도드라집니다. 예컨대 아르카디를 소개할 땐 "양쪽 어깨에 까마귀를 한 마리씩 얹고, 발꿈치에 개 한 마리, (중략) 하얀 암말 한 마리가 지켜보는 가운데 서 있었다"는 식으로 묘사해 그가 말과 개, 새를 길들일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지요.
사기꾼이 무시무시한 범죄자라는 사실을 알게 된 비타는 "사슬에 묶인 코끼리가 느꼈을 절망감"을 느낍니다. 하지만 비타는 이렇게 말해요. "(만약 포기하면) 그런 부류의 사람이 늘 그런 것처럼, 그 사람이 또 이길 거야. (중략) 딱 한 번만, 시키는 대로 하지 않을래. 나는 싸우고 싶어. 나는 싸울 거야!"
비타는 "네 인생의 진짜 무기는 칼 따위가 아니다"라는 할아버지의 말을 되새기며 용기를 내요. 도시 곳곳의 지리를 꿰고 있는 실크는 도둑질을 위한 경로를 계획하고, 아르카디는 성을 지키고 있던 맹견을 조련해 개들이 비타 무리를 공격하지 않도록 하지요. 그렇게 힘을 합쳐 고비를 넘기고, 마침내 성의 권리증을 찾아냅니다.
비타와 친구들이 도둑질에 나선다는 설정이 재미있지요?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할 수 있는 최선의 일은 무엇일까요? 어쩌면, 무언가를 포기하는 일이 아니라 무언가를 해내는 게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