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생활 속 경제] 해리 포터 책, 처음에 비싸게 출간됐다 저렴하게 다시 나온 이유는?

입력 : 2022.07.21 03:30

가격 차별

[생활 속 경제] 해리 포터 책, 처음에 비싸게 출간됐다 저렴하게 다시 나온 이유는?
Q. 집 근처 영화관에서 학생증을 보여주면 1만3000원이던 일반 영화 관람 가격을 1만원으로 할인해 주더라고요. 모두 같은 값으로 받으면 이윤이 많이 남을 텐데, 왜 굳이 청소년 할인을 해 주는 건가요?

A. 영화관뿐 아니라 놀이공원, 박람회 등에서도 청소년에게 할인을 해 주는 경우를 볼 수 있어요. 이것은 청소년과 성인 간 경제 수준 차이를 고려한 건데요. 청소년이면 용돈을 받아 생활하는 경우가 많아요. 그러니 통상 성인에 비해 영화를 볼 때 지불할 의향이 있는 가격 수준이 낮을 거예요.

그래서 청소년이라는 소비 계층을 대상으로 3000원 저렴한 영화표를 만든 거예요. 그러면 1만3000원이면 영화를 보지 않을 청소년도 영화를 보러 갈 확률이 높아지는 겁니다. 쉽게 말해 비싸게 팔아도 살 사람에게는 비싸게 팔고, 싸게 팔아야만 살 사람에게는 싸게 파는 거지요.

이렇게 한 기업이 같은 상품이나 서비스에 대해 소비자마다 가격을 다르게 책정하는 것을 '가격 차별(price discrimination)'이라 해요. 구매 의향이나 나이, 소득 수준 등에 따라 가격을 달리하는 거예요. 소비 대상에 따라 지불할 용의가 있는 금액 정도, 즉 최대 지불 의향 가격을 보는 거죠. 미장원에서 청소년이나 노인에게 특별 가격 할인을 해 주는 것도 비슷한 논리입니다.

가격 결정력이 있는 판매자는 가격 차별 전략을 통해 이익을 높일 수 있어요. 소설 '해리 포터' 시리즈를 읽어본 적 있나요? 해리 포터 시리즈 여섯 번째 이야기인 '해리 포터와 혼혈 왕자'가 처음 나왔을 때, 미국 등 일부 국가에서는 고급스러워 보이는 하드커버(양장본) 책을 먼저 냅니다. 이 양장본은 6개월 이상이 지난 뒤 나온 소프트커버(페이퍼백) 책보다 훨씬 비싼 가격에 판매됐어요. 하드커버와 소프트커버를 만들 때 드는 원가 차이보다 두 상품 가격 차이는 훨씬 컸습니다.

이는 해리 포터 시리즈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자, 출판사가 가격 차별 전략을 쓴 탓입니다. 해리 포터 시리즈 마니아층은 새 시리즈가 나오기를 기다리며, 나오자마자 더 높은 가격을 내고서라도 책을 빨리 보고 싶어 하겠지요. 출판사 입장에서는 이런 마니아층에게 비싸게 팔고, 그렇지 않은 사람에게 싸게 팔면 이익을 더욱 남길 수 있을 거예요. 출시 시점을 달리해 '마니아층'과 '일반 독자층'을 나눠 판매하면서 이윤을 높이려는 전략이랍니다.
김나영 양정중 사회과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