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재밌다, 이 책!] 눈에 띄지 않는 작은 곤충들의 활약… 천천히, 자세히 읽으면 알 수 있어요
입력 : 2022.07.14 03:30
사과 먹는 법
어떤 책은 사람들이 평생에 걸쳐 여러 번 읽기도 해요. 읽을 때마다 처음과는 다른 내용이 보이기 때문일 거예요. 생텍쥐페리의 '어린 왕자'가 대표적이에요.
어릴 때 어린 왕자의 모험을 흥미롭게 읽고 나서 청년 때 다시 읽으며 사랑과 연애에 대한 지혜를 얻고, 중년이 되어 또다시 읽으며 인생에 대한 철학을 배우는 거지요. 같은 책이지만, 세월이 흐르며 내가 변화하고 성숙해졌기 때문에 책 속에 숨어 있던 의미들을 새롭게 찾을 수 있는 거예요.
이 책도 그래요. 전병호 시인이 어린이들을 위한 시를 쓰고, 송선옥 화가가 이를 그림으로 해석해 그린 그림책인데요. 이 책을 다 읽고 처음으로 돌아가 다시 읽으면, 처음 읽었을 때와는 아주 다른 것들이 눈에 띄어요.
한 아이가 창가에 서서 사과나무를 바라보고 있어요. 먹음직스러운 사과가 풍성하게 달려 있네요. 큰 사과, 작은 사과, 새빨간 사과, 반만 빨간 사과, 싱싱한 사과, 시든 사과…. 사과를 보면 가장 먼저 무슨 생각이 드나요? 먹고 싶겠죠. 먹고 싶은 사과를 고르고 난 다음엔 뭘 할까요? 이 맛있는 사과를 어떻게 먹을지 생각해 보는 거예요.
이 책을 처음 읽을 땐 사과만 눈에 들어와요. 사과가 아주 크게 그려져 있거든요. 이 책에는 수많은 곤충도 등장하는데요. 사과만 빨갛게 색칠이 되어 있고, 배경이나 등장하는 곤충들은 모두 흑백으로 그려져 있어요. 송선옥 화가는 붉고 큰 사과만 눈에 띄도록 의도한 거예요. 글도 무척 짧아서 대부분의 독자는 책장을 재빨리 넘기죠.
하지만 그렇게 읽고 나면 뭔가 아쉬워요. "사과 먹는 법, 또 무엇이 있을까요?" 책은 이렇게 질문을 던지며 마무리가 되는데요. 책을 덮고 나면, 뒤표지에 창가의 아이가 다시 등장해요. 이젠 사과나무 밑으로 나와 앉아 사과를 먹고 있네요. 눈을 감고 사과의 맛을 깊이 음미하는 표정을 짓고 있지요.
이를 보고 나면 사과를 먹는 방법이 궁금해져요. 그래서 처음으로 돌아가 다시 읽게 되는데, 그제야 책 속에 등장하는 다양한 곤충이 눈에 들어와요. 곤충들은 저마다 다른 방법으로 사과를 먹네요. 한입 크게 베어 물고 와작와작 깨물어 먹기도 하고, 조그맣게 떼어 꼭꼭 씹어 먹기도 하지요. 사과를 뱅글뱅글 돌면서 깎아 먹어 사과 껍질에 줄무늬 자국을 남기는 곤충도 있네요.
처음에는 잘 눈에 띄지도 않던 작은 곤충들이 엄청난 활약을 하고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는 거예요. 이 책은 아이들에게 천천히, 자세히 책을 들여다보는 독서의 즐거움도 함께 알려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