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고전 이야기] 자본주의 폐해 비판하며 숲 속 생활… 돈이 아닌 일상 삶 속에서 가치 찾아

입력 : 2022.07.12 03:30

월든

‘월든’의 초판. /위키피디아
‘월든’의 초판. /위키피디아

"내가 숲으로 들어간 것은 나 자신이 의도한 대로 삶의 본질적인 사실만을 앞에 두고 살고 싶었기 때문이다. 스스로 인생의 가르침을 온전히 익힐 수 있는지 확인하고 싶어서였다."

1854년 출간된 미국의 사상가 헨리 데이비드 소로(1817~1862)의 '월든'은 현대문명에 대한 비판과 그것을 극복하기 위한 대안적 삶을 제시하는 작품입니다. "19세기에 쓰인 가장 중요한 책 중 하나"라고 평가받고 있지요. 인도의 사상가 마하트마 간디는 "나는 큰 즐거움을 가지고 월든을 읽었으며 거기서 깊은 감명을 받았다"고 말했어요. 그만큼 많은 사람에게 영감을 준 책으로도 유명합니다.

1845년 7월 4일, 주인공 소로는 고향인 매사추세츠주 콩코드의 월든 호숫가 숲속에 혼자서 나무를 베 통나무집을 짓고, 밭을 일구며 자급자족하기 시작했어요. 주변 사람들은 소로의 특이한 행동을 이해할 수 없었어요. 당시 소로는 28세 청년, 그것도 명문 하버드대를 졸업한 앞날이 기대되는 젊은이였기 때문이죠.

그는 1847년 9월 6일까지 2년 2개월 정도 월든 호숫가에서 생활해요. 소로가 이런 생활을 한 것은 당시 시대상과 관련이 있습니다. 19세기 중반 미국의 산업자본주의는 심화했고, 당시 이에 따른 사회적 양극화는 손 쓸 수 없을 지경이었죠. 근면과 성실을 추구했던 청교도(개신교의 한 교파) 정신은 미국 국민들 사이에서 사라진 지 오래였습니다.

소로는 사람들이 대개 스스로 자유롭다고 생각하지만, 실은 돈의 노예가 된 굴욕적 삶을 살아가고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이런 세태를 이길 힘은 돈이 아닌 일상의 삶 속에 진정한 가치가 있다고 믿는 데서 나온다고 봤죠. 그는 이 가치를 발견하고 실천하려면 삶을 단순화하는 길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소로가 호숫가에 집을 짓고 텃밭을 일구며, 책을 읽고, 대자연의 순환을 온몸으로 경험한 것은 바로 이 때문이에요. 그는 이곳에서 자연을 깊이 관찰하며 "정신적 전환 시간"을 가져요. 소로는 자연의 순리에 저항하지 않고 자기만의 진정한 자유를 얻는 것이야말로 참된 삶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는 내면의 성장을 위해 고독을 거름으로 삼습니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모든 것과 단절된 삶을 살지는 않았어요. 그는 집에 의자가 세 개 있다면서 "하나는 고독을 위한 것, 또 하나는 우정을 위한 것, 나머지 하나는 사람들과 어울리기 위한 것"이라고 말해요. 참된 자유를 경험한 사람은 그 누구와도 친구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죠.

이 작품은 20세기 들어 풍요의 시대, 소비가 미덕인 시대가 도래하면서 더욱 주목받기 시작했어요. '자발적 가난'과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삶'의 가치를 일찍이 예언한 거지요. 그리하여 오늘날까지도 사랑받는 작품으로 남아있답니다.

장동석 출판도시문화재단 사무처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