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재밌다, 이 책!] 처음으로 단짝과 떨어져 보낸 방학… 자신의 꿈 찾아가는 소중한 시간 됐죠

입력 : 2022.07.11 03:30

올 썸머 롱

[재밌다, 이 책!] 처음으로 단짝과 떨어져 보낸 방학… 자신의 꿈 찾아가는 소중한 시간 됐죠
호프 라슨 지음 l 심혜경 옮김 l 출판사 시공주니어 l 가격 1만3000원

여름방학이 다가오네요. 학생들에게 방학은 학기 중 지쳤던 몸과 마음을 쉬게 하는 동시에 나 그리고 타인과의 관계, 자신의 꿈을 돌아보고 찾아가는 시간이 되기도 하지요.

마침 방학 중 이런 의미 있는 시간을 가진 친구가 있어요. 이 책 주인공 비나입니다. 모든 일은 비나의 절친한 친구 오스틴이 방학 시작과 함께 한 달 동안 축구 캠프에 가면서 시작돼요. 언제나, 거의 모든 것을 함께해 온 단짝이 잠시 자리를 비우자 비나는 서운함을 느껴요. 더군다나 오스틴은 캠프로 떠나기 직전 평소와는 사뭇 다른 어색한 모습으로 비나를 대합니다. 이에 비나는 혹여 "친구의 마음이 변했을까" 싶은 불안함을 느끼게 되지요.

홀로 방학을 보내던 비나는 곧 오스틴의 누나 찰리와 친해지는데요. 그러면서 방학을 '날마다 나다워지는' 시간으로 채워 나갑니다. 음악을 좋아하는 찰리와의 관계를 통해 비나는 기타리스트가 되고 싶다는 꿈을 키우고, 그가 아니었다면 만날 수 없었던 새로운 인연도 맺게 되지요.

하지만 좋았던 순간도 잠시, 비나는 찰리와도 다투며 멀어지게 됩니다. 오스틴도, 찰리도 없이 심심함과 외로운 시간을 견디던 비나는 그 시간 동안 자기 자신을 돌아보게 됩니다. 자신의 오빠가 입양한 갓 태어난 아이를 보며 "조카에게 더 나은 사람이 되겠다"는 다짐도 하게 되고요. 나에게는 내 삶의 방식이 있고, 타인에게는 타인만의 방식이 있다는 것을 깨달은 거예요.

그리고 돌아온 오스틴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너, 나 아직도 좋아해? 우리 아직 친구지?" 오스틴의 태도에 불안해하기보다, 자신이 오스틴을 친구로 생각한다는 사실이 중요해진 거예요.

이 책은 그래픽 노블입니다. '그래픽 노블'은 소설과 만화를 결합한 장르로, 흥미 위주 만화보다 철학적이고 진지한 주제를 다루는 게 특징이에요. 1970년대 말 미국 만화가 윌 아이스너가 만화에 대한 편견을 피하고자 이 용어를 처음 사용했죠.

이 책 작가 호프 라슨은 2007년 권위 있는 미국 만화상(賞) '아이스너상'을 받았어요. 이 책은 주황색을 기본으로 사용해 명암(明暗) 정도로만 만화를 채색한 게 특징입니다. 또 칸과 칸 사이의 여백을 통해 독자는 등장인물의 대사를 곱씹으며 행간에 깃든 의미를 더 잘 파악할 수 있게 됩니다.

살다 보면 비나처럼 때론 감정의 소용돌이에 휩싸일 때가 있을 거예요. 나 또는 친구가 그런 소용돌이 속에 있는 것 같다면, 비나처럼 오래도록 자신의 내면을 찬찬히 들여다보는 건 어떨까요. 마음의 파동이 훨씬 잔잔하고 평온해질 거예요.

김미향 출판평론가·에세이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