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재밌다, 이 책!] 주변 환경 감지하고 위험 상황 판단… 자신이 누구이고 무엇인지 알고 있대요
입력 : 2022.07.07 03:30
식물의 방식
식물이 싹을 틔우고 자라는 과정을 찍은 영상을 매우 느린 속도로 재생해 본 적이 있나요? 식물에서 일어나는 형태의 변화를 마치 동물의 움직임처럼 볼 수 있어 참 신기하지요. 하지만 평소에는 식물들의 움직임을 볼 수 없다 보니 우리는 식물 역시 생명이 있는 존재라는 사실을 잊곤 합니다.
미국 미시간주립대에서 분자 생물학, 분자 유전학 그리고 미생물학 등을 가르치는 베론다 L. 몽고메리 교수는 이 책을 통해 식물에 관한 아주 놀라운 이야기를 들려줘요. 식물도 감각이 있고, 이를 통해 주변 환경을 감지하며 위험 상황도 판단한다는 거예요. 그러면서 상황에 맞는 의사 결정을 내려 각기 다르게 생장하는 방식으로 '행동'한다고 해요.
저자는 생물학의 최신 이론을 통해 식물은 자신만의 방식으로 행동할 뿐 아니라 주변 식물은 물론 다른 유기체들과 소통하고 협력하면서 환경을 변화시키기도 한다고 알려줘요. 그렇기 때문에 산불이나 홍수와 같은 재해를 당해도 식물은 다시 자연을 회복시킬 수 있고 심지어는 방사능으로 인해 동물들은 전혀 살 수 없는 환경이 돼도 식물은 다시 싹을 틔우고 또다시 숲을 이룬다고 저자는 설명해요.
과학자들은 원전 사고가 있었던 체르노빌 주변에서 자라는 초목을 연구했는데요. 이곳에서 자라는 식물은 방사선의 악영향을 감소시키는 방법을 스스로 찾아냈대요. 방사선은 생명체에 해로운 유전적 돌연변이를 일으킬 수 있지만, 수년 동안 방사선에 노출된 식물은 방사선에 대응해 자신의 유전체를 안정시키는 데 도움이 되는 적응 방식들을 고안했다네요.
저자는 "식물은 자신이 무엇이고 누구인지 알고 있다"고 강조해요. 또 식물은 어떤 위협으로부터 당장 도망칠 능력은 없지만, 생태적 경쟁에는 얼마든지 대응할 수 있다는군요. 살기 힘든 환경이 되면 자신의 생존 가능성을 최대한으로 높이는 변혁적 행동까지 할 수 있다는 거예요.
이 책은 자연을 설명하는 과학책이지만, 저자는 과학적 지식만 설명하는 데에 그치지 않아요. 식물을 잘 살펴보면 우리가 살아가는 데에 필요한 지혜도 얻을 수 있다고 알려줍니다. 저자는 식물을 연구하면서 이 세상을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세상에 어떻게 존재해야 하는지에 대해 배웠다고 말해요. 생존에는 경쟁이 필요하지만, 경쟁만으로는 모두가 생존할 수 있는 환경까지 만들 수 없어요.
그래서 경쟁을 하면서도 함께 잘 살기 위한 소통과 협력이 꼭 필요하죠. 식물이 이런 깨달음을 전해주었다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