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재밌다, 이 책!] 케밥에는 튀르키예 유목민 애환 담겨… 음식에 얽힌 각국 역사·문화 알려주죠

입력 : 2022.07.04 03:30
[재밌다, 이 책!] 케밥에는 튀르키예 유목민 애환 담겨… 음식에 얽힌 각국 역사·문화 알려주죠

먹고 마시고 요리하라

강재호 지음 l 이혜원 그림 l 출판사 나무를심는사람들 l 가격 1만3500원

우리는 오랜만에 만난 지인을 만나면 곧잘 "요즘 밥은 잘 먹고 다니니?"라고 묻곤 합니다. 끼니를 챙겼는지 물으며 안부 인사를 하는 건데요. 이처럼 "밥 먹었느냐"는 질문이 곧 인사가 되는 나라가 또 있답니다. 에티오피아 사람들은 밀가루로 만든 평평하고 둥근 모양의 빵 '인제라'를 주식으로 삼는데요. 이곳에서는 "오늘 '인제라' 먹었니?"가 안부 인사라고 하네요.

이 책은 총 11국의 다양한 음식에 얽힌 이야기를 들려주며 세계의 지리와 역사, 문화까지 익힐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각 나라의 대표 음식을 소개하며 해당 국가의 기후·지형 등을 알려주는 거지요. 와인과 바게트로 유명한 프랑스, 피시 앤드 칩스와 샌드위치의 나라 영국, 샐러드가 발달한 타이, 국수 문화가 발달한 중국…. 이 책을 읽다 보면 굳이 비행기를 타지 않아도 방 안에서 알차게 세계 곳곳을 여행할 수 있어요.

그중 몇 가지를 소개해 볼게요. 먼 옛날 튀르키예(터키)의 유목민들은 건조한 기후 때문에 땔감을 얻기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땔감을 아끼며 육류를 요리하기 위해 방법을 생각해 냈는데요. 고기를 잘게 썰어 꼬챙이에 꽂아 돌려가며 빠르게 구워낼 수 있는 '시시 케밥'은 이렇게 탄생했습니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흔히 접할 수 있는 케밥에는 이처럼 유목민의 애환이 담겨 있는 거지요.

흔히 이탈리아는 포도주와 올리브유로 유명한데요. 이는 포도나무와 올리브 나무가 이탈리아의 지중해성 기후에서 잘 자라기 때문입니다. 이는 로마 제국의 역사와도 관련이 있는데요. 로마 제국이 번성하면서 로마인들은 자신들의 식민지에 비싼 가격으로 포도주와 올리브유를 팔아 부를 축적하기도 했지요.

이외에도 이 책은 야외에서 반나절 동안 바비큐 립을 굽고도 살코기는 백인 주인에게 빼앗긴 채 뼈 주변만 핥아야 했던 흑인 노예의 삶, 고급 음식이라고 여겨지는 푸아그라(거위 간) 요리를 위해 억지로 살이 찌워지는 거위의 이야기 등을 들려줍니다. 책을 읽다 보면 음식이란 그저 씹고 뜯고 맛보고 즐기는 것이 아닌, 그 자체로 역사라는 것을 알게 되지요.

또 한국식 매콤한 카레라이스, 영국 왕실 샌드위치, 돌돌 말아 먹는 토마토 스파게티 등의 간단한 조리법도 함께 소개돼 있어요. 흔히들 책은 마음의 양식이라고 하는데요. 꼴깍꼴깍 침을 삼키면서 이 책을 읽다 보면 어느새 마음도, 입도 맛있는 지식으로 든든하게 채워져 있다는 걸 알 수 있을 겁니다. '맛'이라는 인생의 큰 행복이 이 책에 깃들어 있답니다.

김미향 출판평론가·에세이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