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재밌다, 이 책!] "모성애는 가장 가치있는 경험"… 다르면서도 같은 31명의 여자 이야기

입력 : 2022.06.30 03:30

엄마

[재밌다, 이 책!] "모성애는 가장 가치있는 경험"… 다르면서도 같은 31명의 여자 이야기
엘렌 델포르주 지음 l 캉탱 그레방 그림 l 권지현 옮김 l 출판사 밝은미래 l 가격 2만5000원

이 책에는 31명의 주인공이 등장해요. 모두 사는 나라도 다르고, 성격도 취향도 달라요. 심지어 이들이 사는 시대조차 다르죠. 하지만 주인공들에겐 한 가지 공통점이 있어요. 바로 '엄마'라는 거예요.

하지만 이상적인 엄마의 모습만 담겨 있지는 않아요. 이들은 엄마인 동시에 여자이기도 하잖아요? 여성으로서 미묘하고도 복잡한 감정과 사랑하는 아이를 향한 다양한 태도를 사실적으로 묘사하고 있어요.

아빠가 떠난 후 혼자 아이를 키우는 엄마, 쌍둥이를 돌보느라 늘 녹초가 되는 엄마…. 어떤 엄마는 직업이 군인이에요. 아이를 두고 잠시 떠나야만 하죠. 때론 엄마도 실수를 하네요. 어떤 엄마는 해변에서 아이를 시야에서 놓치고는 화들짝 놀라기도 해요.

책은 어린아이를 키우는 31명의 엄마 이야기를 시적인 글과 아름다운 일러스트로 표현해요. 아프리카 밀림 속에 사는 어느 엄마는 어린 딸을 안고 이렇게 물어요. "들판에서 살 수 있겠니? 소의 젖과 피를 마실 수 있겠니? 별 아래에서 잠들 수 있겠니? 하얀 흙으로 네 몸을 칠할 수 있겠니? 강과 곡식에 네 손을 담글 수 있겠니? 비가 오지 않을 때 배고픔을 견딜 수 있겠니? 도시의 인간이 되겠니, 광야의 인간이 되겠니?"

그러곤 딸에게 이런 말을 들려줘요. "세상의 가장자리에 있는 너. 어떤 세계는 사라지고 또 어떤 세계는 파괴되니, 그 사이에 너의 길이 있단다. 간직하렴. 사랑을, 네가 너여서 느끼는 행복을… 나의 딸아, 너는 여자가 될 수 있단다."

이 책에 나오는 그림은 벨기에 브뤼셀에서 활동하는 유명 일러스트레이터 캉탱 그레방이 그렸는데요. 단 한 장의 그림만으로도 길고 아름다운 이야기를 떠오르게 만들어요. 일본의 어느 화려한 골목을 그린 그림이 대표적이에요. 연인이 우산 속에서 입맞춤하고 있어요. 이 그림 옆엔 이런 글이 실려 있어요. "그가 돌아가는 비행기를 놓치지 않았더라면, 그와 내가 부딪치지 않았더라면, 그러면서 그가 자신의 여행 이야기를 들려주지 않았더라면, 넌 아마 이 세상에 없었을 거야. 나비의 날갯짓을 닮은 사랑스러운 나의 아가."

이 세상 엄마들이 사랑하는 아이에게 하고 싶은 말은 모두 다르네요. 하지만 31명의 주인공은 자신을 엄마라는 존재로 거듭나게 만든 그 사랑이야말로, 인생에서 가장 가치 있는 경험이었다고 우리에게 알려주네요.

김성신 출판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