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동물 이야기] 포유동물인데 알 낳아 번식… 어미 피부에서 젖 스며나온대요

입력 : 2022.06.29 03:30

가시두더지

/위키피디아
/위키피디아
미국 일리노이주 브룩필드 동물원이 요즘 잔치 분위기래요. 동물원 역사상 처음으로 가시두더지<사진> 부화에 성공했거든요. 가시두더지라는 이름만 들으면 포유동물일 것 같은데, '부화(孵化·알을 깨고 나옴)'라는 말을 쓰니 신기하죠? 가시두더지는 오리너구리와 함께 알로 번식하는 두 포유동물 중 하나랍니다. 보통 두더지와 너구리는 새끼를 낳는데 얘들만 알을 낳는다고 해요.

가시두더지 머리에서 몸통까지 길이는 최장 50㎝, 꼬리는 9㎝까지 자라요. 오리처럼 넓적한 부리를 가진 오리너구리와 달리 얇고 기다란 주둥이를 갖고 있어요. 오리너구리는 보드라운 털이 있지만, 가시두더지는 빳빳한 가시로 덮여 있어 고슴도치랑 비슷하게 생겼어요. 튼튼한 발톱으로 개미집을 파헤치면서 주둥이에서 길고 꿈틀거리는 혀를 쭉 내밀어 개미나 다른 곤충을 잡아먹죠.

가시두더지는 오리너구리와 함께 가장 원시적인 포유동물로 알려져 있어요. 알을 낳는 파충류가 새끼를 낳는 포유동물로 진화해가는 과정의 특징이 남아있다는 거죠. 어미에게는 새끼에게 젖을 물리는 젖꼭지가 아예 없어요. 그래서 새끼는 다른 포유동물처럼 어미 젖꼭지를 쪽쪽 빠는 게 아니라, 어미 피부를 통해서 스며 나오는 젖을 핥아 먹어요.

그런데 둘 중 가시두더지가 오리너구리보다 상대적으로 더 진화한 동물이래요. 알을 낳는 방식 차이 때문이죠. 오리너구리는 몸 밖으로 1~3개 낳는데, 가시두더지는 암컷이 알 하나를 제 육아 주머니에 쏙 낳아 놓거든요. 훨씬 안전하게 부화시킬 수 있는 셈이죠.

열흘 정도가 지나면 포도알만 한 작은 알에서 젤리처럼 꼬물거리는 새끼 가시두더지가 태어나요. 새끼는 육아 주머니 속으로 흘러드는 젖을 먹고 자라다가 부화 후 50일쯤 되면 바깥으로 나와 생후 7개월까지 어미 보살핌을 받는대요.

가시두더지는 위협받으면 고슴도치처럼 몸을 둥글게 웅크리거나 그 자리에서 굴을 파 피신해요. 특히 굴 파기 선수로도 유명해요. 3분 정도면 자기 몸을 거뜬히 숨길 굴을 팔 수 있을 정도죠. 주로 땅을 엉금엉금 기어 다녀서 약간 둔해 보이기도 하지만, 물에 들어가면 헤엄도 능숙하게 치고 나무에도 잘 올라갈 정도로 운동신경이 뛰어나대요.

가시두더지는 호주, 파푸아뉴기니와 인도네시아에 걸쳐 있는 뉴기니섬 등에 살아요. 날씨가 추워지면 굴에 들어가 꼼짝하지 않고 자요. 피부 지방이 두껍기 때문에 한 달 정도는 아무것도 먹지 않고 버틸 수 있대요. 이렇게 생존력이 강하지만, 최근 서식 지역에서 숲을 개간하면서 큰 위협을 받고 있어요. 특히 사람들이 키우다가 내버려 야생화한 떠돌이 고양이나 개가 늘어나면서 이들에게 목숨을 잃는 일이 많아졌대요.

정지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