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고전 이야기] 희망 없는 사랑·귀족 사회 향한 울분… 250년 전 젊은이 편지 82통에 담겼죠

입력 : 2022.06.28 03:30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의 초판. /위키피디아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의 초판. /위키피디아

"내가 가진 것이 이렇게 많으나 그녀를 향한 그리움이 모든 것을 빼앗아가네. 아무리 많은 것을 가지고 있다 해도 그녀가 없으면 아무것도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네."

'세계 문학사의 거인' '독일 문학의 상징'이라고 하는 요한 볼프강 폰 괴테(1749~1832)의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은 '전 세계 젊은이들이 통과의례처럼 읽는' 고전(古典)과도 같은 작품입니다. 여러 나라에서 영화와 연극으로 제작됐고,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꾸준히 뮤지컬로도 사랑받으며 지난 25일 공연이 시작되기도 했는데요.

1774년 출간된 이 작품은 편지 82편을 통해 주인공 베르테르가 절친한 친구 빌헬름에게 자기 마음을 고백하는 형식을 띠고 있어요. 감성이 풍부한 예술가 성향의 베르테르는 고향을 떠나 다른 고장에서 살며 아름다운 교외의 자연과 선량한 사람들의 호의에 기뻐하고 있었어요.

하지만 첫 만남 때 온통 마음을 빼앗긴 로테를 향한 사랑 때문에 그는 점점 메말라 갔어요. 로테도 낭만적인 베르테르에게 호감을 느끼고 있었지만, 친구 이상으로 발전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어요. 로테에게는 약혼자 알베르트가 있었기 때문이죠. 로테에 대한 사랑이 깊어지며 그녀의 사랑을 얻기 어렵다는 사실을 깨달은 베르테르는 잠시 로테 곁을 떠나기로 해요.

로테 곁을 떠난 베르테르는 공사(公使)의 비서 역할을 하며 궁정에서 일해요. 하지만 몇 달이 채 못 되어 일을 그만두죠. 무슨 일이든 제멋대로인 공사뿐 아니라 "모든 관심은 형식적 의례에만 쏠려 있는" 귀족 사회에 대한 환멸이 컸기 때문이에요. 그는 당시 관료적 풍습에 반항하다가 사교계에서도 웃음거리가 됩니다. 잊으려고 노력해도 더욱 커져만 가는 로테에 대한 그리움 때문이기도 했고요.

결국 베르테르는 로테 곁으로 돌아오지만, 서로가 서로에게 불편한 존재처럼 여겨질 뿐이었어요. 베르테르가 떠난 사이, 로테와 알베르트는 결혼식을 올린 상태였어요. 베르테르는 로테에 대한 사랑을 체념할 수밖에 없었고, 끝내 죽음만이 자신의 사랑을 완성해 줄 거라 생각해요. 자신의 행동에 대한 죄책감도 없지 않았던 베르테르는 권총을 발사해 스스로 삶을 마감합니다.

이 책은 출간 당시부터 논란이 많았어요. 기독교적 세계관이 지배했던 18세기 유럽 사회에서 스스로 생을 마감하는 것은 죄였기 때문이에요. 약혼자가 있는 여성을 사랑하는 것은 방탕한 일이라는 지탄도 함께 받았어요.

그럼에도 이 책이 지난 250년 가까이 젊은이들이라면 꼭 읽어야 하는 고전으로 자리매김한 이유는 귀족 사회로 통칭되는 봉건적 세계관을 뛰어넘고자 했던 베르테르의 통찰력, 그리고 누구에게도 자신의 사랑을 이해받지 못했던 그의 절망적 심경이 편지글 형식으로 잘 묘사돼 있기 때문입니다.

장동석 출판도시문화재단 사무처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