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식물 이야기] 재질 단단해 악기 만들 때 사용… 관절통에 효과 있어 술 담가 먹는대요

입력 : 2022.06.27 03:30

육박나무

육박나무 잎(위 사진)과 육박나무 껍질의 모습. /천리포수목원
육박나무 잎(위 사진)과 육박나무 껍질의 모습. /천리포수목원
우리나라에는 수많은 나무가 살고 있어요. 그중에서는 소나무·단풍나무·감나무처럼 우리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것이 있는가 하면, 높은 산에서 자라는 눈잣나무처럼 일부러 어딘가를 찾아가야만 볼 수 있는 나무도 있지요. 이번에 소개할 '육박나무'도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없는 나무랍니다.

육박나무는 우리나라와 일본·대만 등 동아시아의 따뜻한 지방에서 자라요. 자란 높이가 20여m에 달하지요. 잎은 긴 타원형이에요. 잎 뒷면에는 아주 작은 털이 나 있고요. 건강하게 자란 육박나무 잎은 녹색으로 윤기가 나며 반짝여요. 7~9월쯤 붉은색으로 익는 열매도 아름답지요.

이 나무는 곧게 뻗은 줄기와 얼룩덜룩한 껍질이 특징이에요. 육박(六駁)이라는 이름은 나무껍질이 육각으로 얼룩덜룩 벗겨진다 해서 붙었는데, 실제로 보면 꼭 육각으로만 벗겨져 있진 않답니다. 어떤 모양인지 알아보기 어려울 때도 있지요. 나무껍질만 두고 보면 우리에게 조금 더 알려진 노각나무와 아주 비슷해요. 노각나무 껍질도 조각처럼 벗겨지며 얼룩덜룩한 모습이에요.

하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나무껍질 색과 재질이 노각나무와는 달라요. 육박나무 껍질이 흑갈색이나 자줏빛을 띤 갈색이라면, 노각나무는 황토색에 가깝지요. 육박나무 재질이 더 단단하고요. 그래서 목재로 쓰기 좋아 기둥이나 악기를 만드는 데 써요. 과거 일본에서는 육박나무로 비행기 프로펠러를 만든 적도 있다고 해요.

육박나무는 생육 조건이 그리 까다롭지 않아 우리나라 어디에서든 자랄 수 있어요. 얼룩덜룩한 껍질 덕분에 관상용으로도 두고 보기에도 좋고요. 하지만 현재 정원이나 공원은 물론, 식물원이나 수목원에서도 찾아보기 어려워요. 잘 알려지지 않은 나무라 심지 않기 때문이에요.

우리나라에서 크고 멋진 아름드리 육박나무는 오직 전남 고흥의 쑥섬, 전남 완도에 딸린 섬인 주도, 전북의 위도와 군산 어청도의 당숲(제사를 지내는 숲)에만 남아있어요. 이 중 어청도의 당숲에서 자라는 육박나무는 아마 지구 상 가장 북쪽에서 자라는 육박나무일지도 몰라요. 하지만 잘 알려져 있지 않지요.

육박나무 껍질과 뿌리는 관절통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어요. 그래서 민간에서는 달여 먹기도 하고, 술로 담가 먹기도 했대요. 최근에는 폐암이나 혈액암 등을 치료하는 데도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활발하게 연구하고 있답니다.
김용식 천리포수목원 원장 영남대 조경학과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