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재밌다, 이 책!] 새 가족의 사랑에 행복함 느낀 유기견, 위험에 처한 가족 힘껏 구해냈어요

입력 : 2022.06.27 03:30
[재밌다, 이 책!] 새 가족의 사랑에 행복함 느낀 유기견, 위험에 처한 가족 힘껏 구해냈어요

내 이름은 쿠쿠

조우리 지음 l 백두리 그림 l 출판사 낮은산 l 가격 10000원

이 책은 인간이 아닌 다른 존재의 시선으로 사람의 삶을 바라보는 이야기예요. 서술자가 강아지거든요. 이 강아지는 유기견 보호소에서 안락사를 당하기 직전, 마침 보호소를 방문한 네 살 어린이 여름이의 가족에게 입양된답니다.

"새로운 집으로 와서 뭔가 칙칙폭폭 하며 무서운 김을 뿜으며 '쿠쿠 하세요, 쿠쿠!' 하는 것을 보고 미친 듯이 짖어 댄 이후 내 이름은 쿠쿠가 됐다."

강아지는 '쿠쿠'라는 새로운 이름을 얻었고, 이들과 가족이 됐어요. 여름이 가족은 쿠쿠를 '우리 강아지' '우리 쿠쿠'라 불렀고, 쿠쿠는 '우리'라는 말이 자신을 따뜻하게 감싸는 것 같아 행복을 느껴요. 태어나서 처음으로 느낀 감정이었어요.

여름이가 놀 때도, 책을 읽고 잠을 잘 때도 쿠쿠는 늘 여름이 곁에 있었어요. 이렇게 10년이 흐르며 쿠쿠는 여름이가 성장하는 모습을 바로 옆에서 지켜보지요. 여름이가 사춘기에 접어들자 많은 것이 달라집니다. 여름이의 키가 엄마보다 더 커졌어요. 더 이상 쿠쿠를 데리고 놀이터에 가지 않았고 방문을 닫고 혼자 있기 일쑤였어요. 쿠쿠가 보기에, 여름이는 '아이도 어른도 아닌 제3의 존재'가 됐습니다.

그러다 사업을 하던 여름이 아빠가 큰 빚을 지게 되어요. 가정 형편이 어려워져서, 여름이 부모님은 일을 더 많이 하느라 늦은 시간에 귀가하게 되었지요.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진 여름이는 친구들을 집에 데려와 노는 일이 잦아졌어요. 그러던 어느 날, 집에 와서 놀던 남자애가 여름이의 몸을 강제로 만지려 해요. 여름이가 위험에 처하자, 쿠쿠가 남자애의 팔뚝을 물어서 여름이를 구합니다.

여름이의 부모님은 쿠쿠에게 "쿠쿠야, 고마워"라고 진심을 담아 인사했어요. 그리고 자신이 할 수 있는 방식으로 최선을 다해 여름이를 도운 쿠쿠한테 '용기'를 배웠어요. 가족이 처한 상황은 어려웠지만 다시 한번 힘을 내서 살아보자고 마음을 모았습니다.

여름이 가족은 이사하게 됐는데요, 그날, 쿠쿠는 차를 타고 가다가 여름이 무릎 위에서 조용히 생을 마감합니다. 쿠쿠는 사람 나이로 치면 이미 여든에 가까운 나이였어요. 또 여름이를 구할 때 남자아이가 쿠쿠를 내동댕이쳐서 몸에 큰 충격을 받았지요. 쿠쿠는 여름이에게 마지막 인사를 마음으로 전해요.

"아이야, 지구에서 너처럼 반짝반짝 빛나는 존재는 본 적이 없단다. 그러니 두 번은 오지 않을 여름처럼 뜨겁게 살아가길. 나처럼 단단한 이빨을 가지고 네 인생에 다가오는 위협을 멀리 쫓아 버리길. 우리가 달렸던 길들을 기억해 주길."

서현숙 '소년을 읽다'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