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재밌다, 이 책!] 100여 년 전 베를린에 지어진 나무 집… 나치 시대·세계대전 역사 담겨있어요
호숫가 작은 집
토머스 하딩 지음 l 브리타 테켄트럽 그림 l 김하늬 옮김 l 출판사 봄봄 l 가격 1만4000원
"아주 먼 옛날, 호숫가에 나무로 만든 작은 집이 있었습니다. 바쁜 도시에서 떨어져 네 아이와 함께 살고 싶었던 상냥한 의사 아빠와 밝고 씩씩한 엄마가 지은 집이었어요."
이 책의 첫 문장이에요. 동화 같지만 책에 등장하는 '호숫가 작은 집'은 실제로 존재하는 집이에요. 기자이자 다큐멘터리 제작자이기도 한 토머스 하딩 작가는 100여 년 전 자신의 증조할아버지가 독일 베를린 근처 호숫가에 직접 지은 작은 집을 배경으로 이야기를 펼쳐갑니다. 이 집에는 나치와 전쟁 등 독일이 품은 역사가 고스란히 담겨 있어요.
이 집에 들어온 가족은 마당에 아스파라거스와 상추를 심고, 이곳에서 닭도 키웠어요. 아이들은 정원에서 뛰어놀고 근처 호수에서 수영도 했지요. 즐거운 하루가 저물고 고단해진 가족들이 잠이 듭니다. 그러면 집은 그들의 꿈을 품어 주었지요. 딱따구리가 나무 두드리는 소리, 갈대 사이로 오리들이 떠다니는 풍경…. 집은 늘 평화로웠고 더 바랄 것 없을 만큼 행복이 가득했어요.
하지만 어느 날 화가 잔뜩 난 것처럼 보이는 남자들이 찾아와 거칠게 문을 두드립니다. 그러고는 이 가족들에게 "집을 떠나라"고 명령해요. 남자들은 빨간 완장을 차고 있었어요. 나치가 집권해 강제로 집을 빼앗은 거지요. 그렇게 가족이 떠나고, 집은 혼자가 되었어요.
1년이 지나고 음악을 사랑하는 새로운 가족이 악기를 들고 이 집으로 들어왔어요. 집에 행복이 다시 돌아온 것일까요? 안타깝게도 그렇지 않았어요. 어느 날 가족에게 편지가 한 통 옵니다. 전쟁이 나려 하니 이 집의 아빠가 군인이 돼야 한다는 내용이었죠. 겁에 질린 가족은 도망쳤고, 집은 다시 혼자가 되어요.
그러다 정말 전쟁이 터졌어요. 어느 날엔 도시에 살던 부부가 이 집을 찾아와요. 전쟁의 공포를 피해 숨을 곳을 찾았던 거예요. 몹시 추운 겨울날 작은 집은 부부를 지켜주었어요. 하지만 얼마 후 탱크 소리에 벽이 흔들렸고, 집 안까지 총알이 날아들어 집이 부서져요. 부부는 도망쳐야 했고, 집은 다시 혼자가 되죠. 호숫가 작은 나무집은 행복을 위해 지어졌지만, 세월이 흐르는 동안 슬픔과 고통을 품은 장소가 되기도 했던 거예요.
집이 지어진 지 100년쯤 되는 어느 날 한 젊은이가 집으로 걸어왔어요. 작가 자신의 모습입니다. 그는 버려졌던 집을 고치기 위해 애를 써요. 마침내 새집처럼 빛이 나네요. 젊은이는 소중히 간직했던 증조부모의 사진을 꺼내 벽난로 위에 올려요. 그러자 집의 벽과 바닥과 창문과 문은 상냥한 의사와 씩씩한 아내를 기억해내요. 그 옛날 호숫가 작은 집을 처음 지었던 분들 말이에요. 호숫가 작은 집은 다시 행복해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