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디자인·건축 이야기] 1972년 지어진 일본의 캡슐형 아파트… 역사적 가치 있어 철거 후에도 전시돼요

입력 : 2022.06.21 03:30

근현대 건축물 보존

지난 4월 철거가 시작된 일본의 나카긴 캡슐 타워. /위키피디아
지난 4월 철거가 시작된 일본의 나카긴 캡슐 타워. /위키피디아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아파트인 서울 서대문구 충정아파트가 철거된대요. 철근 콘크리트로 지은 5층짜리 건물인데 서울시 건축물대장에 따르면, 일제강점기인 1937년 준공됐다고 해요. 일부 문헌에는 1932년에 세워졌다는 기록도 있어요. 이곳은 6·25전쟁 중 북한군이 서울을 점령했을 땐 인민재판소 건물로, 국군과 유엔(UN)군이 서울을 수복했을 땐 UN군 숙소로 이용됐어요. 서울시는 아파트를 철거하고서 그 자리에 충정아파트 등 역사가 담긴 공간을 조성할 예정이라고 해요.

오랜 역사를 가진 아파트 철거 소식에 안타까워하는 사람도 있다고 하는데요. 이처럼 최근에는 특별한 역사를 가진 근현대 건물을 보존하자는 의견과 위험하고 낡은 건물을 철거해야 한다는 의견이 맞서곤 합니다. 역사적·건축적 가치가 도시 미관이나 개인의 재산권 등과 충돌하기 때문인데요. 이는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현상이랍니다.

지난 1월 25일 미국 뉴욕주 롱아일랜드 지역에서는 주택 한 채가 하루 만에 폐허가 되는 일이 벌어졌어요. 이 주택의 이름은 '겔러 하우스 1'로, 뉴욕 휘트니 미술관의 옛 본관 등 미국에만 100여 개의 건물을 지은 건축가 마르셀 브로이어(1902~1981)의 1945년 작품이에요. 작년 12월까지만 해도 집주인은 "이 집을 '걸작'으로 생각하고, 집에 손댈 일은 없다"는 취지로 말했는데요, 테니스 코트를 만들겠다며 갑자기 철거한 거죠. 하지만 사유재산인 데다가, 문화재 등록도 안 한 상태라 딱히 막을 방법이 없었답니다.

건축적으로 뛰어나다고 인정받지만, 안전 문제로 철거된 사례도 있어요. 지난 4월 도쿄 중심부인 긴자 지역에서는 일본 건축 역사에서 상징적인 건물로 손꼽히는 '나카긴 캡슐 타워'가 철거되기 시작했어요. 이 건물은 일본의 대표적인 건축가인 구로카와 기쇼가 설계해 1972년 완공됐는데요. 높이 2.5m, 폭 4m 크기의 직육면체 캡슐 140개를 13층으로 쌓은 조립식 주거 빌딩이에요. 이런 형식의 건물에서 사람이 실제로 산 것은 이곳이 처음이에요. 실험적인 디자인으로 주목을 받았지만, 25년에 한 번씩 캡슐을 교체하겠다는 계획이 비용 문제 등으로 불발되면서 노후화됐고 결국 철거가 결정됐어요. 하지만 역사적 가치와 건축적인 가치를 인정받아 캡슐의 일부가 향후 박물관 등으로 이전돼 전시될 예정이라고 합니다.

전종현 디자인·건축 저널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