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식물 이야기] 열매 익으면 스스로 씨앗 방출… 흙 속에 묻혀 수년 지나도 싹 틔울 수 있죠

입력 : 2022.06.20 03:30

노랑어리연꽃

/위키피디아
/위키피디아
매년 이맘때가 되면 작은 연못이나 논가 웅덩이, 물이 흐르지 않는 강과 저수지 귀퉁이에서 노랗고 앙증맞은 꽃을 피우는 식물이 있습니다. 노랑어리연꽃<사진>인데요. 이 식물은 습지 바닥에 뿌리를 내리고 아기 손바닥만 한 하트 모양 잎을 수면에 둥둥 띄워내며 자라요. 이렇게 뿌리는 물속의 땅에 있지만, 잎을 수면에 띄우는 식물을 '부엽(浮葉)성 수생식물'이라고 한답니다.

노랑어리연꽃의 꽃은 탁구공보다 작은 크기로, 다섯 장의 꽃잎 테두리는 톱니처럼 가늘게 갈라져 있어요. 그래서 크기는 작지만 화려한 느낌을 주죠. 꽃은 잎이 떠 있는 수면에서 피지 않고, 꽃대가 수면보다 반 뼘 정도 위로 올라와 피어요. 주로 벌 같은 곤충이 찾아와 꽃가루를 옮겨주지요.

수정된 노랑어리연꽃의 꽃이 지고 열매가 맺히면, 빳빳하게 서 있던 꽃대가 기울어지며 물속에 잠깁니다. 긴 타원형 열매가 성숙하면 열매 껍질이 뒤로 말리며 스스로 씨앗을 방출하죠. 노랑어리연꽃은 3㎜ 정도 길이의 작은 씨앗을 아주 많이 만들어내요. 테두리에는 뻣뻣한 잔털이 빼곡하게 나 있고요. 이 씨앗은 형태가 넓적하고, 표면이 연꽃 잎처럼 물을 밀어내는 구조로 돼 있어 물속에 가라앉지 않고 살짝 떠 있을 수 있다고 해요. 이렇게 열매에서 빠져나온 씨앗은 물 위에 떠서 물결을 따라 이동하거나 물새 깃털·피부에 붙어 다른 곳으로 옮겨집니다. 그런 뒤 물결에 휩쓸리거나 새가 깃을 다듬을 때처럼 외부 힘을 받으면 깃에서 떨어져 물속에 가라앉아 싹을 틔운답니다.

노랑어리연꽃 씨앗은 건조하거나 추운 환경에서도 오래 버틸 수 있어요. 연못 흙 속 깊이 묻힌 상태로 수년간 지내도 싹을 틔울 수 있고요. 이런 강인한 생명력 때문에 전 세계로 퍼져나가고 있다고 해요. 캐나다와 미국에서는 원래 노랑어리연꽃이 살 지 않았는데 원예용으로 들여온 것들이 퍼져나가, 습지 생태계에 영향을 주는 외래 침입종으로 분류됐다고 해요.

우리나라에는 노랑어리연꽃과 함께 친척인 어리연꽃과 좀어리연꽃이 살고 있어요. 이 꽃들은 잎 모양이나 자라는 모습, 물에서 꽃대가 올라와 꽃을 피우는 모습이 연꽃과 닮아 이름에 '연꽃'이 들어가 있지만, 식물 분류학적으로는 연꽃과(科)와 전혀 다른 조름나물과로 구분해요. 노랑어리연꽃을 비롯한 어리연꽃 종류는 연꽃과 조상이 서로 다르지만, 연꽃처럼 습지에서 자라기 적합한 형태로 진화한 걸로 볼 수 있어요.

김한규 위스콘신대 박사후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