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재밌다, 이 책!] 은하계 블랙홀 사진 찍으려고 세계 200명 넘는 학자들 힘 합쳤죠

입력 : 2022.06.20 03:30

과학이 가르쳐준 것들

[재밌다, 이 책!] 은하계 블랙홀 사진 찍으려고 세계 200명 넘는 학자들 힘 합쳤죠
이정모 지음 l 출판사 바틀비 l 가격 1만4500원

우리는 왜 과학을 공부할까요? 이 책을 쓴 이정모 국립과천과학관장은 "더 행복하게 살기 위해서"라고 말합니다. 저자는 자신이 과학을 연구하며 배운 가치를 실패·모험심·겸손·공생·협력·질문·측정·개방성·공감·검증·책임·다양성·비판적 사고 등 17가지 키워드로 나눠 독자에게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저자는 처음으로 '실패'를 언급합니다. 한국연구재단이 최근 10년간 노벨상을 받은 이들을 조사해 보았는데요. 이들의 평균 나이는 57세였고, 핵심 논문을 쓰기까지 17년이 걸렸으며, 그 후 노벨상을 받을 때까지 14년이 걸렸다고 해요. 노벨상 수상자들은 천재라기보다 끈기 있는 사람들이었어요. 이들이 연구하며 보낸 수십년에는 무수한 실패가 촘촘하게 박혀 있었고, 아주 가끔 성공의 순간이 있었던 거죠.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하고 싶은 일에 몰두한 것이 노벨상 수상의 비결이었어요.

작가는 '성장'을 강조하는데요. 신체적 성장이 끝난 뒤에도 정신과 인격이 꾸준히 자랄 수 있어야 한다는 뜻이에요. 그러려면 자신을 기꺼이 변화시킬 줄 알아야겠지요. 자신의 잘못된 부분을 알고 바꾸어 나가려는 의지, 이것이 성장 조건일 거예요. 새는 비행을 위해 몸을 끊임없이 바꿔온 생명체라고 해요. 뼛속을 비워 몸을 가볍게 했고, 허파를 키웠지요. 공기주머니를 달아 날숨 때도 세포에 산소를 공급하게 했고, 대신 나머지 장기를 간소화하고 방광마저 없앴다고 해요. 새는 성공적 비행을 위해 자신을 계속 변화시킨 존재입니다.

과학 분야에서도 '협력'이 필요할까요. 과학자들은 M87 은하 중심에 있는 블랙홀의 그림자 사진을 찍고 싶어 했는데요. 이것은 혼자 할 수 없는 일이었어요. 전 세계 200명이 넘는 천문학자, 컴퓨터 전문가가 힘을 모았습니다. 전파 망원경 8개를 동시에 활용해 블랙홀을 관측할 수 있었다고 해요. 블랙홀은 한 망원경으로는 볼 수 없는 암흑 세계였는데, 과학자들의 협력을 통해 비밀 하나가 밝혀진 것이지요.

저자는 일반 사람들도 쉽게 읽을 수 있는 과학 교양서 등을 쓰며 과학 대중화에 기여한 과학자입니다. 책을 읽다 보면, 저자가 언급한 17가지 태도가 과학에만 한정되는 덕목이 아님을 알게 될 거예요. '과학이 가르쳐 준 것들'이 우리의 인생을 밝고 씩씩하게 만들어주는 삶의 자세가 되기도 하는 까닭이지요.

서현숙 '소년을 읽다'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