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재밌다, 이 책!] 홀로 날다 추락해 용기 잃었지만… 두려움 딛고 창공으로 날아올랐어요
입력 : 2022.06.16 03:30
어린 새
판타지 문학의 고전 '나니아 연대기'의 작가 C. S. 루이스는 예순이 넘은 나이에 인생의 큰 시련을 겪어요. 아내가 세상을 떠났거든요. 마음의 고통을 딛고 일어서서 남긴 그의 말은 오늘날까지도 많은 이에게 감동을 주지요. "아픔은, 듣지 못하는 우리에게 신께서 크게 소리치는 것과 같다."
'소원' '헤븐' 등 노래로 2000년대 초반 큰 인기를 얻은 가수 김현성씨는 목소리를 내는 기관인 성대에 큰 문제가 생겼고, 결국 가수의 길을 접어야 했어요. 하지만 그는 좌절하지 않았죠. 마이크 대신 펜을 잡고 글을 쓰기 시작했지요. 그렇게 산문집 '당신처럼 나도 외로워서'와 미술 에세이 '이탈리아 아트 트립' 등을 펴냅니다. 당시에 그는 꿈을 포기해야만 하는 상처를 잊으려고 글쓰기에 집중했다고 고백해요. 그러는 사이 성대가 점차 좋아져 20여 년 만인 지난해 한 노래 경연 프로그램으로 다시 대중 앞에 등장합니다. 이 무대를 계기로 다시 가수로 활동하기로 마음먹어요.
이 책은 김현성씨가 쓴 동화에 용달 작가가 그림을 그려 완성한 창작 그림책입니다. 용달 작가는 어린이 마음을 뛰어나게 묘사한 그림으로 유명하죠. 저자 김씨는 주인공인 '어린 새'에 빗대어 그동안의 생각과 자신의 마음을 고스란히 담아서 보여줘요. 인생에 닥친 엄청난 시련, 작가가 되려고 부단히 애썼던 나날, 그리고 가수로서 다시 대중 앞에 서겠다는 지금의 결단까지 모두 담고 있어요.
어린 새는 아직 날아보진 못했지만 자신만만했어요. 형제들보다 크고 튼튼했거든요. 그러던 어느 날 부모 허락 없이 둥지를 박차고 나왔어요. 처음엔 좀 날아오르는 듯했죠. 하지만 이내 절벽 아래로 떨어지고 말아요. 아빠 새가 찾아내 겨우 살아나긴 했지만, 날개를 크게 다쳤어요.
모두가 남쪽으로 날아가야 하는 겨울이 왔어요. 하지만 날지 못하는 어린 새는 혼자 둥지에 남아야 했어요. 날다가 죽을 뻔했던 어린 새는 용기를 완전히 잃었어요. 겨울바람은 너무나 차갑고 가혹해요. 어린 새는 죽어가면서도 날아볼 생각조차 하지 못하지요. 정신을 잃고 쓰러진 어린 새의 꿈에서 큰 나무가 말을 거네요. 현명한 나무 할아버지였어요. 그는 어린 새에게 이제 다 나았다면서, 이렇게 말해요. "네가 날지 못하는 건 두려움 때문이야. 두려움은 네가 누구인지 잊게 하지." 어린 새는 생각에 잠깁니다. 결단의 순간이 다가오고 있네요. 마침내 용기를 되찾은 어린 새는 둥지를 박차고 올라 창공을 향해 다시 날아오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