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재밌다, 이 책!] 아무 것도 없는 게 나쁜 것만은 아냐… 무엇인가 있는 게 늘 좋지도 않죠

입력 : 2022.06.09 03:30
[재밌다, 이 책!] 아무 것도 없는 게 나쁜 것만은 아냐… 무엇인가 있는 게 늘 좋지도 않죠

아무 씨와 무엇 씨

안나 파슈키에비츠 지음 l 최성은 옮김 l 출판사 옐로스톤 l 가격 1만3000원

동화에서는 동물을 마치 사람처럼 묘사하고는 해요. 하지만 명확하게 정하지 않은 대상을 가리키는 '지시대명사'와 '부정대명사'도 의인화가 가능할 줄은 몰랐네요.

이 책의 주인공 이름은 '아무'(Nothing)와 '무엇'(Something)입니다. 아무는 작고 마르고 희미해서 눈에 띄지 않았고, 그래서 늘 혼자였죠. 아무는 서글픈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며 구석에서 숨어 지냈어요. 아이들은 텅 빈 구덩이를 보며 "'아무'것도 없어"라고 실망스럽게 말했어요. 한 화가는 자신의 그림이 마음에 들지 않는지, 한숨을 쉬며 이렇게 말해요. "이 그림은 '아무'것도 아니야!"

반면 '무엇'은 완전히 달랐어요. 항상 중요한 존재였죠. 커다란 몸집에 자신감이 넘쳤어요. 언제나 사건의 중심에 있었고, 늘 주목받았어요. 하늘을 날아다니는 신비한 물체를 목격한 천문학자는 "분명 '무엇'인가를 봤어요!"라며 자랑스럽게 외치네요. 한 여행가는 이번 여행에서 굉장한 '무엇'을 느꼈다며 흥분을 감추지 못하네요. 사람들의 기쁨과 놀라움의 탄성을 들으며 '무엇'은 생각해요. '그 누구도 나를 대신할 수는 없고, 난 매우 중요한 존재야'라고 말이에요.

그러던 어느 날, '아무'와 '무엇'의 입장이 뒤바뀌는 사건이 벌어져요. 한 아이가 공원에서 자전거를 배우고 있었어요. 그런데 오토바이 한 대가 아찔한 속도로 아이의 곁을 아슬아슬하게 지나갔고, 아이는 땅바닥에 고꾸라졌어요. 오토바이는 달아나네요. 그 광경을 본 주변의 할머니들은 이렇게 외칩니다. "'무엇'인가 끔찍한 일이 벌어졌어!" 사람들도 이렇게 말해요. "'무엇'이든 단단히 벌을 줘야 해요."

화가 난 사람들의 말을 들으며 '무엇'은 살짝 위축됩니다. 엄마가 뛰어와 아이에게 물어요. "괜찮니? '아무' 일도 없는 거지?" 아이에게 다친 곳이 없다는 것을 확인한 엄마는 사람들에게 이렇게 알려줘요. "정말 다행스럽게도 '아무' 일도 없어요!" 이 말을 들은 '무엇'은 세상에서 자신이 가장 중요하다는 생각을 버려야겠다고 생각해요. 반면 덤불 속에 숨어 있던 '아무'는 밖으로 나와 오랜만에 활짝 미소를 지어요.

주인공인 '무엇(Something)'은 '있음', 즉 '충만'을 의미해요. '아무(Nothing)'는 '없음' 즉 '결핍'을 뜻하죠. 그런데 있음은 반드시 좋고, 없음은 꼭 나쁘기만 한 것일까요? 우리는 습관적으로 '부유함' 등 '있음'과 관련이 있는 것들을 긍정적으로 평가해요. 반면 부족이나 불완전과 같은 '없음'은 부정적으로 생각하지요.

하지만 이 책은 있음과 없음의 문제가 그리 단순하지만은 않다는 것을 알려줘요. 작가는 우리에게 두 단어의 이면을 보여주며, 나와 주변의 고정관념에 질문을 던져보라고 하네요.

김성신 출판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