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동물 이야기] 꿀·과일 먹는 '초식성'… 날개 다 펴면 1.7m나 된대요
입력 : 2022.06.08 03:30
왕박쥐
- ▲ /위키피디아
박쥐는 크게 과일이나 꽃의 꿀 등을 먹는 '초식성 박쥐'와 곤충이나 물고기 등 살아있는 먹잇감을 사냥해서 먹는 '육식성 박쥐' 두 종류로 구분되는데요. 초식성 박쥐를 통틀어 왕박쥐라고 불러요. 대부분 몸집이 육식성 박쥐보다 월등하게 커서 이런 이름이 붙었는데요. 과일을 주로 먹기 때문에 과일박쥐라고도 부른답니다.
영어 이름도 아주 독특해요. 날아다니는 여우라는 뜻의 '플라잉 폭스'(flying fox)죠. 실제 얼굴만 놓고 보면 길게 튀어나온 주둥이와 오뚝하게 선 귀 등이 여우와 빼닮았어요. 왕박쥐는 전 세계에 170여 종이 있어요. 3500만년 전쯤 육식성 박쥐들과 완전히 갈라져 나와 따로 진화해온 것으로 과학자들은 보고 있어요. 그래서 우리가 알고 있는 박쥐의 생태와 다른 점도 많아요.
흔히 박쥐는 얼굴을 레이더처럼 활용해 입이나 콧구멍에서 초음파를 발사하고, 반사되는 음파를 받아서 어두운 곳에서도 장애물을 능숙하게 피하고 먹잇감을 잡는 것으로 유명해요. 그런데 사냥을 하지 않는 왕박쥐는 초음파를 쏘지 않아요. 그 대신 시력과 청력이 아주 좋아서, 시각과 청각만을 이용해 멀리 있는 과일이나 꽃을 찾아 날아간답니다.
박쥐는 어둡고 침침한 동굴에 무리 지어 다닥다닥 붙어 있다가 어두운 밤이 되면 우르르 쏟아져 나와 활동을 시작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왕박쥐는 동틀 녘·해 질 녘이나 낮 시간에 더 활발하게 활동해요. 잠도 동굴이 아닌 숲속에서 나뭇가지 등에 거꾸로 매달려 자고요.
박쥐는 극지방을 제외한 전 세계에 분포하고 있지만, 왕박쥐는 동남아시아와 호주, 아프리카 등 상대적으로 더운 지방에 주로 살아요. 이런 지역은 연중 따뜻하기 때문에 따로 겨울잠에 들지도 않고요. 필리핀에 사는 왕박쥐는 날개를 활짝 편 길이가 약 1.7m까지 되기도 해요. 어른 키와 비슷한 정도죠. 이렇게 덩치가 큰 박쥐들이 날개로 온몸을 감싸고 나뭇가지에 매달려 있는 모습은 만화나 영화 속 캐릭터 '배트맨'과 아주 흡사하답니다.
왕박쥐는 숲을 풍요롭게 가꿔주는 정원사 역할도 한답니다. 과일을 먹은 뒤 씨앗을 멀리 퍼뜨려주고, 이곳저곳 꽃의 꿀을 찾아다니며 가루받이 역할을 하거든요. 우리나라에는 멸종위기종으로 지정된 붉은박쥐·토끼박쥐·작은관코박쥐 등이 살고 있는데, 이들은 모두 육식성 박쥐예요. 그래서 커다란 날개를 펄럭이며 꽃을 찾아가는 '날아다니는 여우'들의 모습을 보는 것은 힘들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