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재미있는 과학] 온난화로 감자 생산 줄자… 더위에 강한 품종 나온대요

입력 : 2022.05.31 03:30

기후 변화와 식량 자원

/그래픽=안병현
/그래픽=안병현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 변화는 동식물의 서식 환경에 큰 영향을 줍니다. 기온이 올라가게 되면 생물들이 살거나 자라기에 좋은 곳을 찾아 남쪽에서 북쪽으로, 저지대에서 고지대로 이동하게 되죠. 이 과정에서 더욱 번성하는 생물이 있는가 하면, 줄어들거나 멸종하는 경우도 발생해요. 둘 가운데 어느 쪽이 더 우세할까요? 과학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번성하는 종보다 사라지는 종이 몇 배 더 많을 것이라고 해요. 이렇게 되면 우리의 '식량 자원'도 지금보다 크게 달라질 거예요. 어느 자원이 풍족해지고 또 사라지게 될까요.

애플망고 등 아열대 작물 풍족해져

우리나라는 온대성 기후에 속해요. 그런데 최근 10년 주기로 평균 기온이 0.3도씩 오르면서, 아열대 기후 지역이 전체 경지 면적의 10%까지 늘어났어요. 60년 뒤에는 60%까지 늘어날 수 있다고 해요. 아열대 기후는 월평균 기온이 10도가 넘는 달이 연중 8개월 이상 되는 경우를 말해요.

아열대 기후로 바뀌면서 벌써부터 농작물과 어종도 대폭 바뀌고 있어요. 제주 앞바다에서는 청새치, 보라문어, 황갈돔 같은 아열대 어종을 쉽게 만날 수 있어요. 국립수산과학원 제주수산연구소에 따르면, 2013년 44종이 관측됐던 아열대 어종이 지난해 83종으로 늘었어요. 이 중 우리가 먹을 수 있는 어종은 5종뿐이에요. 나머지는 우리나라에서 통상 먹지 않는 어종인 관상어 등이고, 손질해서 먹지 못할 정도의 독성을 가진 어종도 많아요.

아열대 어종 출현율은 최근 2년 사이 50%를 넘어섰어요. 잡히는 생선 두 마리 중 한 마리는 아열대 어종인 셈이니 놀라운 변화입니다.

농작물도 바뀌고 있어요. 하우스 재배를 이용하지 않고도 아열대 작물을 키울 수 있는 곳이 점점 늘고 있어요. 충남에서는 아열대 기후에서 자라는 파파야와 오크라, 몰로키아, 인디언 시금치 등이 재배되고 있어요. 마늘과 양파 농사를 주로 하던 전남 해남에서는 열대 과일인 애플망고 재배가 확대되고 있고, 전남·전북 지역에서는 바나나 재배가 대규모로 이뤄지고 있죠. 제주에서만 생산되던 대표적 아열대 과일인 감귤은 지금은 남해안 일대와 강원도 해안가에서도 재배가 가능해졌지요.

13억 명 먹여 살리는 감자 생산량 감소

기온이 상승하면서 온대 작물인 쌀·보리·밀·감자·일반 채소 등의 재배지와 생산량은 감소하고 있어요. 국제 공동 연구팀에 따르면, 지구 평균 기온이 1도 상승할 때마다 밀 생산량은 평균 6%, 쌀은 3.2% 감소한다고 해요.

특히 감자는 척박한 환경에서도 잘 자라지만 더위에는 취약한 작물이에요. 기온이 25도 이상이면 재배가 어렵죠. 국제감자센터(CIP)는 지구온난화가 계속될 경우 세계적으로 감자 생산량이 2060년까지 68%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어요. 주식인 쌀의 수확량이 80년 안에 25%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보다 훨씬 심각하죠. 우리나라도 2100년에는 감자 생산량이 10~30%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해요.

감자는 밀과 쌀 다음으로 중요한 식량이에요. 세계 13억 명 인구를 먹여 살리고 있죠. 인도, 우즈베키스탄, 방글라데시 등에서는 감자를 주식으로 삼기도 해요.

감자의 장점은 많답니다. 벼나 밀에 비해 재배 기간이 짧고, 덩이줄기가 땅속에서 자라기 때문에 다른 곡물에 비해 같은 경작 면적에서의 생산량도 2~4배 많죠. 밀과 쌀 같은 곡물은 알곡이 많이 열리면 줄기가 무게를 견디지 못해 쓰러져서 성장에 한계가 있거든요. 척박한 환경에서도 잘 자라죠. 미국 항공우주국(NASA)과 국제감자센터는 공동 실험을 통해 화성과 흡사한 환경에서도 잘 자란다는 걸 입증했어요.

필수 영양소를 골고루 갖춘 것도 빼놓을 수 없는 장점이랍니다. 감자는 식물의 줄기가 변형된 덩이에 영양소를 저장하는데요. 여기에는 감자의 전분뿐 아니라 비타민C·B2·B6, 아미노산, 단백질, 미네랄, 식이섬유, 칼륨 등이 풍부하게 들어 있어요. 클로로겐산, 루테인 등의 항산화 성분도 포함돼 있죠. 이런 장점 때문에 감자는 '우주 식량' '미래 식량'으로 각광받고 있어요.

스스로 유전자 조절하는 감자

더위에 취약한 감자가 앞으로도 계속 인류의 식량으로 남아있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이산화탄소 등 온실가스 배출을 줄여 지구온난화 속도를 최대한 늦춰야 하는 게 우선이죠. 하지만 온난화 자체를 막기는 어렵다는 것이 세계 과학계의 결론이죠. 이 때문에 '고온에 강한 감자'를 만드는 연구도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어요.

감자는 서늘한 곳에서 덩이줄기를 만드는데요. 감자의 유전적 형질을 분석해 기후변화에 뛰어난 유전자를 찾아 새로운 품종을 만들려는 것이죠. 그런데 올 4월에 국내에서 희소식이 전해졌어요.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식물시스템공학연구센터 연구팀이 고온에서 감자가 재배될 때 덩이줄기 형성을 억제하는 이유를 세계 최초로 밝혀낸 것이죠. 이 연구 결과는 생물학 분야 국제학술지인 셀 리포트에 실렸습니다.

감자는 재배 기간 '덩이줄기 형성 유도 유전자'(StSP6A)가 증가하면서 점점 크기를 키우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요. 그런데 온도가 높아지면 고온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감자 스스로 이 유전자를 억제하는 바람에 덩이줄기가 작아지면서 감자 수확량도 덩달아 감소된다는 사실을 규명한 것이죠.

흥미로운 점은 감자의 유전자 조절이 생육 초기와 후기에 다르게 나타난다는 거예요. 생육 초기에는 RNA 조절을 통해 이 유전자를 억제하는 반면, 후기에는 DNA를 조절해 억제한다는 거예요. 또 연구팀이 인위적으로 이 유전자를 발현시킨 결과 생육 초기에는 수확량을 회복할 수 있지만 후기에는 수확량에 큰 변화가 없었다고 해요. 이런 원리를 규명했으니 앞으로 고온 환경에서도 잘 자라는 감자를 수확할 날도 올 수 있겠죠?

[감자 원산지는 남미 안데스산맥]

감자의 원산지는 남미 안데스산맥의 고원지대예요. 감자는 기원전 3000~2000년 재배가 시작된 것으로 추정돼요. 이후 감자는 콜럼버스의 아메리카 대륙 발견 이후 유럽으로 전해졌고 세계로 퍼져나갔다고 합니다.

기획·구성=조유미 기자 김형자 과학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