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식물 이야기] 태백산에서 처음 발견… 꽃 모양이 배드민턴 셔틀콕 닮았어요

입력 : 2022.05.16 03:30

태백바람꽃

/김민하 제공
/김민하 제공
나도바람꽃, 꿩의바람꽃, 홀아비바람꽃, 들바람꽃…. 이렇게 '바람꽃'이라는 이름이 붙은 식물은 대부분 봄에 꽃을 피워요. 이른 봄 눈 속에서 꽃을 피워 가장 먼저 봄을 알리는 너도바람꽃과 변산바람꽃이 대표적이죠. 그중에서도 비교적 늦게 꽃을 피우는 식물이 있는데요. 바로 '태백바람꽃<사진>'이랍니다. 태백산에서 처음 발견돼 이런 이름이 붙었지요.

태백바람꽃은 우리나라에서만 볼 수 있는 고유종이에요. 태백산·청태산·백두산 등 높은 산의 능선부에서 자라 좀처럼 만나기 어려운 식물이지요. 높이 15㎝ 정도로 자라는데, 추운 겨울 땅 위의 잎은 시들어도 땅속 기관은 살아서 이듬해 봄 다시 새싹을 틔우는 여러해살이풀이에요.

이 식물은 5월이 되면 꽃자루 끝에 흰색의 꽃을 피워요. 꽃 뒤로 보이는 꽃잎 같은 것은 꽃받침이 변형된 거예요. 꽃받침은 처음엔 녹색으로 자라나는데, 점점 흰색으로 변하면서 뒤로 완전히 젖혀져요. 식물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태백바람꽃의 꽃과 꽃받침 모습이 배드민턴 경기에 사용하는 '셔틀콕(shuttlecock)'을 닮았다고 표현하기도 해요.

태백바람꽃은 회리바람꽃과 들바람꽃을 고루 닮았는데요. 그래서 처음 발견됐을 때에는 두 꽃의 중간쯤에 해당하는 변이거나 잡종으로 봤다고 해요. 하지만 유전자 분석 결과 독립된 종으로 밝혀졌죠.

서로 닮은 듯하지만 이 세 식물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조금씩 다른 모습을 발견할 수 있어요. 태백바람꽃은 꽃자루 끝에 한 개의 꽃을 피우지만, 회리바람꽃은 1~4개의 꽃을 피워요. 태백바람꽃은 꽃받침이 길고 끝부분이 뾰족한데, 회리바람꽃은 상대적으로 꽃받침이 좁고 짧아요. 꽃받침이 뒤로 젖혀지지 않는 들바람꽃과도 구분되죠.

이 식물은 많은 바람꽃 중 '학명(學名)'이 가장 늦게 지어졌어요. 모든 생물에는 세계 공통으로 쓰이는 이름인 학명이 있어요. 처음 식물의 학명을 지을 때에는 정해진 규칙에 따라 표본 정보와 표본이 보관된 기관 등을 함께 발표해야 하는데요.

태백바람꽃의 학명은 2003년 '꽃받침이 아래로 향하는 바람꽃'이라는 의미를 가진 '아네모네 펜둘리세팔라(Anemone pendulisepala)'로 발표됐어요. 하지만 당시 발표된 문헌에 표본이 보관된 기관이 기록되지 않아 정식 학명으로 인정받지 못했죠. 그래서 학자들은 2017년 기관 등을 포함시켜 다시 학명을 발표했고, 이 때문에 바람꽃속(屬) 식물 중 가장 최근에 이름이 지어진 막내로 불린답니다.

김민하 국립생물자원관 환경연구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