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재밌다, 이 책!] 그림 그리며 엄마 건강 바라던 소녀… 화가 꿈 이루려 세상 밖으로 나왔죠
입력 : 2022.05.16 03:30
내 안의 새는 원하는 곳으로 날아간다
이 책은 만화 형식 소설인 '그래픽 노블'입니다. 스웨덴의 유명 화가 베타 한손(19 10~1994)의 어린 시절 이야기를 담고 있는데요. 저자 사라 룬드베리가 선배 미술가를 존경하는 마음으로 그림을 그리고 글을 썼다고 합니다.
베타는 그림 그리기를 좋아하는 아이였어요. 그녀는 시골을 벗어나 도시로 나가 공부를 하고 마음껏 그림을 그리고 싶었지요. 20세기 초만 해도 여자아이가 초등교육을 마치고 상급 학교에 가는 일은 드물었어요. 결혼하지 않은 딸은 집안일을 돕는 '살림 밑천'으로 여기는 시대였습니다.
베타의 아버지는 종일 농장에서 일했고, 두 언니와 베타는 집안일을 하느라 바빴어요. 폐결핵을 앓는 엄마는 늘 기침을 하며 침대에 누워 있었고요. 베타는 넓은 세상으로 새처럼 날아가 화가가 되기를 꿈꿨지만, 형편이 어려웠어요. 아버지는 "화가는 직업이 될 수 없는 일이니 집안일이나 열심히 하라"고 그녀를 야단쳤지요. 가족 중 유일하게 베타가 그림 그리는 것을 이해하고 지지하는 사람이 있었어요. 엄마였습니다. 베타가 가장 좋아하는 시간은 엄마가 누워있는 침대 옆에서 그림을 그릴 때였어요. 엄마는 이 그림들을 침대 옆 벽에 전시회 하듯 가득 붙여놓았습니다. 아버지가 베타를 불러 일을 시키려 할 때도 엄마는 "그림 좀 그리게 놔둬요" 했지요. 베타는 마음으로 기도하고 믿었습니다. 그림들이 엄마의 건강을 지켜줄 거라고 말이에요.
병석에 누워 있던 엄마가 오랜만에 일어났습니다. 베타가 초등학교 졸업식 때 입을 원피스를 만들고자 함이었어요. 엄마는 딸이 그려놓은 그림 속 원피스와 똑같은 옷을 지어놓고 이렇게 말했어요. "우리 딸이 졸업식장에서 가장 아름다울 거야." 그러고는 다음 날, 갑자기 병이 위중해져서 세상을 떠납니다. 엄마가 돌아가시고 나니, 베타는 자기 그림이 의미 없게 느껴져 다 버리고 싶었어요. 베타는 그림을 전혀 그리지 않고 하루하루 집안일만 하면서 깜깜한 밤처럼 희망 없는 시간을 보내요.
어느 날, 완두콩 수프를 끓이다가 베타는 문득 아버지에게 말합니다. "저 이렇게 살다가 엄마처럼 죽을 것만 같아요." 꿈꾸는 일을 하지 못하는 베타의 답답한 마음이 한계에 다다른 것이었을까요. 그녀의 절실한 마음이 아버지에게 전해졌나 봅니다. 완고했던 아버지는 딸이 도시에서 학교를 다닐 수 있도록 허락해요. 베타는 고향 마을을 떠납니다. 베타의 마음 안에 살던 새 한 마리가 날개를 펴고 원하는 곳으로 훨훨 날아가게 된 거지요. 베타는 화가의 꿈을 이루기 위해 세상으로 한 발 내디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