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식물 이야기] 잎·줄기에 통증 완화 성분… 19세기엔 찌거나 구워 약으로 썼대요

입력 : 2022.05.09 03:30

금영화

/위키피디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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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빛이 감도는 꽃무리가 들판을 가득 채웠어요. 가느다란 꽃대에 커다란 꽃이 선명한 색을 띠고 무더기로 바람에 흔들리며 늦은 봄의 장관을 만들어 냅니다. 금빛 꽃부리(꽃잎 전체)의 꽃, '금영화(金英花)'가 남도의 섬과 강변에서 만개해 사람들을 반기고 있답니다.

금영화<사진>는 미국과 멕시코가 원산지인 양귀비과 식물입니다. 금영화의 가장 두드러지는 특징은 바로 꽃잎의 색상이에요. 금영화의 얇은 꽃잎은 아주 선명한 주황색 또는 노란색을 띠는데요. 이 때문에 '황금 양귀비'라고도 불려요. 꽃이 피기 전 꽃잎이 차곡차곡 접혀 길쭉하게 꽃봉오리를 만들어 낸 모습을 보고 '금의 컵'이라고도 불리죠.

재미있는 점은 개화 시기에 금영화의 꽃잎이 열렸다 닫혔다 한다는 점이에요. 밤에는 닫히고 아침에는 열리지만, 날씨가 흐리거나 추워지면 낮에도 꽃잎을 닫는대요. 또 금영화는 햇빛이 좋고 물이 잘 빠지는 곳이면 어디서든 잘 자라요. 그래서인지 일조량이 풍부한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는 대지 곳곳에서 햇빛을 받아 활짝 피어있는 모습의 금영화를 자주 볼 수 있어요. 이 때문에 금영화를 '캘리포니아의 햇빛'으로 부르며 캘리포니아주의 대표 꽃으로 여기기도 하고, 매년 4월 6일을 '금영화의 날'로 정해 기념하기도 하지요.

금영화는 우리나라에서 '캘리포니아 양귀비'라는 이름으로 더 많이 알려졌는데요. 양귀비는 너무 아름다워 나라의 분란을 일으켰다고 알려진 중국 당나라 여인의 이름이에요. 그래서인지 이 이름이 붙은 양귀비는 꽃이 아주 커다랗고 화려한 색감을 띄는 데다, 꽃이 무리를 지어 피어 아름다움을 뽐내는 것이 특징이에요.

양귀비는 꽃대가 아주 가늘고 꼿꼿하게 자라 높게는 1m에 이르지만, 초여름부터는 꽃이나 열매가 아주 큼지막하게 달리며 고개를 약간 숙여요. 바닥을 보고 있는 빨간빛의 꽃을 들여다보면 노란색 중심부와 꽃잎의 사방으로 퍼진 검은 반점을 볼 수 있답니다. 반면 금영화는 양귀비보다 키가 절반 정도로 작아, 어른 무릎 높이까지만 자란답니다.

본래 양귀비는 마약류인 '아편'으로 유명한 식물인데요. 양귀비 열매에 칼집을 내면 흘러 나오는 하얀색 즙에는 중독성이 강하고 사람의 인지 능력에 영향을 주는 '모르핀'이라는 화학물질이 들어 있어요. 뇌와 같은 중추신경계에 직접 작용해 인지능력이나 운동능력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사용이 엄격하게 제한돼 있지요. 이와 달리 금영화에는 모르핀 성분이 없어요. 하지만 잎과 줄기에 진정 성분이 들어 있어 19세기 아메리카 원주민들은 불안증이나 통증이 있을 때 금영화 잎을 찌거나 구워서 약으로 이용했답니다.

최새미·식물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