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재밌다, 이 책!] 혼자 요리할 수 있으면 어른이 된 것… 각계 명사 11명에게 듣는 요리 이야기
소년이여, 요리하라!
금정연 외 10명 지음 l 출판사 우리학교 l 가격 1만3500원
어른이 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요. 여러 가지 면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겠지만, 자신의 삶을 스스로 돌볼 수 있는 힘을 갖추게 된다는 것도 그중 하나겠지요. 자신이 먹을 음식을 만들고, 입을 옷을 세탁하고, 생활하는 공간을 청결하게 하는 일상적인 일들은 자립한 어른으로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합니다.
이 책에서는 프로레슬러·요리사·만화가·영화감독·사회학자 등 작가 11명이 청소년에게 요리를 권합니다. 이들이 만든 요리 11가지에는 공통점이 있는데요. 값비싼 재료나 화려한 조리 기술 없이도 만들 수 있는 음식이라는 점이지요. 이 책은 요리 레시피만 담은 책은 아니에요. 작가들이 걸어온 인생의 어느 시간에 자리한, 자신에게 특별한 의미가 있던 '사람'과 '음식'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답니다.
요리사인 박찬일씨는 어려서 혼자 음식을 챙겨 먹을 줄 몰랐다고 합니다. 칼질을 못해서 집에 혼자 있을 때 참외를 이빨로 벗겨 먹을 정도였어요. 그러다 초등학교 5학년 때, 인생 최초로 요리를 하게 되었는데요. 라면이었어요. 석유 풍로를 켜고 최초로 끓인 라면은 시간을 못 맞추는 바람에 너무 익어 푹 퍼졌지만, 그때 요리는 '타이밍'이라는 걸 배웠다고 합니다. 그날 이후, 어린 작가의 라면 요리는 총각김치 라면, 볶음 라면, 계란 라면 등으로 점점 다채로워졌어요. 그 시간이 요리사의 길에 접어든 시작이었다고 작가는 말합니다.
사회학자 노명우씨는 "요리를 배우는 일은 어른이 되는 과정을 배우는 것"이라고 해요. 자신도 음식을 만들어 먹을 수 있게 되면서 비로소 어른이 되었다고 하는데요. 작가는 자립을 위한 첫 번째 요리로 볶음밥을 추천해요. 어떤 품종의 쌀로도 만들 수 있고 조리법이 간단해서 웬만해선 실패할 수 없는 요리라는 거예요. 또 볶음밥은 냉장고에 남아도는 야채·고기·햄 어떤 재료로도 만들 수 있으니 재미있고도 자유로운 요리를 경험할 수 있지요. 작가는 청소년 독자에게 권합니다. "세상의 볶음밥은 모두 다르니, 스스로 만든 볶음밥에 세상에서 하나밖에 없는 독창적인 이름을 붙여 보라"고 말이에요.
이 책에서 작가들은 요리 이야기와 레시피에 한 가지를 더 곁들여 이야기하는데요. 음식을 먹으면서 감상하기 좋은 영화와 책을 추천하는 거예요. 책에 나오는 11가지 음식 이야기를 읽고 요리를 해서 가족이나 친구와 함께 먹으면 어떨까요? 또 작가들이 권하는 영화를 보고 책을 읽은 후 대화도 나누고요. 요리를 통해 자신의 삶을 돌보는 즐거움, 주위 사람들과 나누는 풍성함을 발견하게 되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