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재밌다, 이 책!] 동물 복지와 재난지원금 지급 문제, 장자·한비자의 시각으로 풀어볼까요

입력 : 2022.04.28 03:30
[재밌다, 이 책!] 동물 복지와 재난지원금 지급 문제, 장자·한비자의 시각으로 풀어볼까요

10대를 위한 나의 첫 철학 읽기 수업

박균호 지음 l 출판사 다른 l 가격 1만4000원

"물론 철학자는 소방관처럼 화재를 진압하지 않으며 군인처럼 전쟁터에 나가 나라를 지키지도 않으며 농부처럼 농산물을 생산하지도 않는다. 그러나 소방관은 화재 현장에 임하면서 자신만의 화재 진압 철학이, 군인은 전쟁에 임하는 철학이, 농부는 농사를 짓는 철학이 있기 마련이다."

이 책의 저자는 책을 쓴 의도를 설명하며 이렇게 말해요. 그는 "철학에 관한 큰 오해 중 하나는 철학은 학문 영역이지 실제 생활과는 크게 관련이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라며 "우리는 좋든 싫든 의도하건 의도하지 않건 철학 속에서, 철학과 함께 살고 있다"고 하죠.

저자인 박균호 선생님은 중·고등학교에서 영어를 가르치는 교사이자 북 칼럼니스트예요. 책과 독서에 관한 책을 여러 권 펴냈는데, 이번엔 '철학'이라는 학문을 주제로 삼았네요. 저자는 위대한 철학자들이 남긴 고전 18편을 통해 철학이라는 학문을 설명합니다.

이 책의 장점은 철학을 이론으로만 설명하지 않는다는 점이에요. 우리의 소소한 일상이나 사회에서 벌어지는 여러 가지 현상과 연결해 철학을 이야기해요. 친구 관계나 시험과 같은 청소년의 일상적 고민을 철학이 어떻게 해결해줄 수 있는지 말해주기도 하고, 과학 윤리나 복지 제도와 같은 우리 시대의 중요한 사회적 문제를 철학적 차원에서 생각할 수 있도록 도와줘요. 가령 동양의 철학자 장자를 통해서는 동물 복지 문제를 생각해 보도록 하고, 한비자를 통해서는 재난지원금 지급 문제를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도록 생각할 거리를 주는 식이에요.

특히 독일의 철학자 쇼펜하우어를 언급하며 '독서는 유익하기만 할까?'라는 논제를 제시하는 대목은 무척 인상적이에요. 쇼펜하우어는 "인생은 고통이고 세계는 최악이다"라는 말을 남겼는데요. 이렇게 모든 것이 허무하다는 생각을 가졌던 그는 독서조차 "스스로 깨달아야 할 것을 다른 사람이 대신 깨우쳐주는 것"에 불과하다고 말했어요. 저자는 이 말을 자기 관점에서 다시 해석해 우리에게 들려줘요. 쇼펜하우어가 독서 자체를 나쁘다고 말한 것이 아니라, 자신이 읽은 것을 제대로 소화하지도 못하고 실천하지도 못하는 독서에 대해 비판한 것이라고요. 그러니까 무작정 읽기만 하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거예요.

이 책은 철학자들의 기이한 행동이나 폭소가 터질 만한 일화도 소개해요. 철학자 헤겔을 미워한 쇼펜하우어는 애완견 이름을 헤겔이라 짓고 함께 산책할 때마다 엉덩이를 걷어찼다고 해요. 위대한 철학자이자 법가의 사상을 집대성한 정치사상가인 한비자가 말을 더듬는다는 이유로 관리로 등용되지 못한 이야기도 무척 흥미롭네요.

김성신 출판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