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사소한 역사] 남북전쟁 때 '휠체어 부대' 활약… 이후 장애인 인권 관심 높아졌대요

입력 : 2022.04.26 03:30

휠체어

18세기 휠체어. 뒤쪽에 작은 세 번째 바퀴가 있다. /위키피디아
18세기 휠체어. 뒤쪽에 작은 세 번째 바퀴가 있다. /위키피디아
최근 장애인 이동권과 관련한 시위가 여러 번 있었습니다. 다리가 불편한 보행 장애인들이 휠체어를 타고 시위를 주도했죠. 이들이나 걸을 힘 없는 환자들 이동을 도와주는 휠체어는 어떻게 시작됐을까요.

휠체어(wheelchair)는 영어 단어 그대로 '바퀴 달린 의자'를 뜻합니다. 바퀴는 달리지 않았지만 보행이 어려운 환자나 장애인을 돕기 위해 만든 의자를 휠체어라고 정의한다면, 최초 휠체어는 16세기 스페인 국왕 펠리페 2세를 위해 만든 게 처음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 의자는 제한 러마이트라는 귀족이 펠리페 2세를 위해 만들어 준 것으로 의자에 바퀴를 단 형태는 아니었지만, 등 부분을 천으로 누벼서 쿠션처럼 활용하고 팔다리 각도를 조절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측면도만 남아 있어서 정확히 어떻게 생겼는지는 알 수 없긴 합니다.

바퀴를 단 형태의 휠체어는 1588년 독일 뉘른베르크의 발다자르 해커라는 인물이 처음 개발했다고 전해지는데요.

이후 휠체어는 개량을 거듭하면서 점차 지금 모양을 갖춰가게 됩니다. 1672년 독일 발명가 에릭 폰 부렌하이머는 내반족(內反足·발바닥이 안쪽으로 굽은 것) 장애로 걸을 수 없었던 어머니를 위해 휠체어를 만듭니다.

부렌하이머는 직접 만든 휠체어를 타고 마을 주변을 돌아다니며 자연을 관찰했다고 해요. 그런데 이 휠체어에는 제동 장치가 없다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었고, 급경사에서 낭떠러지를 향해 달려가는 휠체어를 멈추지 못하는 바람에 그대로 추락해 바다에 빠져 죽었다고 합니다.

휠체어는 19세기 미국에서 본격 생산되기 시작합니다. 남북전쟁(1861~1865)에서 하반신에 중상을 입고 신체 일부를 절단한 군인이 많았기 때문이라네요. 이들이 편하게 이동할 수 있도록 휠체어를 대량으로 만드는 공장이 지어졌다고 해요.

전쟁 막바지에는 휠체어를 탄 병사들로만 구성된 '휠체어 부대'가 조직됐을 정도였다고 해요. 이들이 전쟁에서 공을 세우자 미국에서는 전쟁 이후 장애인 인권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고 합니다.
김현철 서울 영동고 역사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