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재밌다, 이 작가!] 환상과 실제, 과거와 현재 넘나들며 상상력 자극하는 이야기 보따리 풀죠
입력 : 2022.04.21 03:30
박생강
때론 한 권의 책을 읽는 것으로 인생이 바뀌기도 해요. 독서를 통해 뭔가를 깨닫고 위대한 업적을 남긴 사람도 있지요. 자신의 인생을 바꿀 만한 좋은 책을 찾으려면 평소 책을 많이 읽어야 할 텐데요. 책을 읽다가 자신과 맞는 작가를 발견하면, 같은 작가의 책을 계속 찾아 읽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답니다.
올해 3월 청소년 책 두 권을 거의 동시에 펴낸 작가가 있는데요. 소설가인 박생강 작가예요. 그가 쓴 '환상박물관 술이홀'은 파주라는 실제 지역을 배경으로 하는 독특한 소설이에요. 술이홀은 1700년쯤 전인 삼국시대 때 파주를 부르던 지명인데요. 파주에 밤새 우박과 함께 종이학이 떨어진 사건을 시작으로 파주의 생생한 지리와 역사, 전설이 어우러진 환상소설이지요.
이 책은 파주를 '아주 오랜 이야기의 나라'라고 소개해요. 경기도 최북단의 파주는 삼국시대에 고구려·백제·신라가 모두 한 번씩 자신의 영토로 차지했던 곳이거든요. 그러니까 파주는 지난 2000년 동안 한반도 전체에서 가장 곡절과 부침이 많았던 곳이기도 해요.
파주가 고향인 작가는 바로 이런 점 때문에 파주 구석구석에 수많은 이야기가 숨어 있다고 말해요. 그는 자신의 문학에서 실제로 존재하는 파주라는 도시를 역동적인 환상의 세계로 바꾸어 놓았어요.
박생강 작가는 처음부터 청소년을 대상으로 글을 쓴 소설가는 아니에요. 단편집 '치킨으로 귀신 잡는 법'(2019)을 펴내며 청소년 문학의 세계에 들어왔다고 할 수 있는데요. 이 책은 일반 독자 대상의 작품집이었지만, 현대사회의 기담을 담아내 옛 구전동화와 비슷한 면이 아주 많았어요. 이를 기점으로 작가는 현대에서 미래로 구전되기 시작하는 '동화'를 써 보기로 마음먹은 듯해요.
최근 펴낸 '나의 아메리카 생존기'에서도 청소년 분야에서 본격적으로 활동하겠다는 박 작가의 의지를 엿볼 수 있어요. 한국사와 게임을 좋아하는 주인공 태조는 어느 날 갑자기 미국으로 이민을 떠나게 돼요. 영어 한마디 못 하는 태조와 누나는 여러 인종의 언어와 서로 다른 가치관이 섞여 난무하는 학교에서 살아남아야 하죠. 이 책은 자신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낯선 곳에 내던져진 10대 남학생의 혼란스러운 심리를 잘 묘사한 성장소설이에요. 이렇게 작가 한 사람을 추적해 나가다 보면, 그의 작품 세계가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 알 수 있어요. 때로는 작가 본인조차 의식하지 못한 변화를 작품을 읽는 우리가 먼저 파악해 내는 경우도 있죠. 탐정이라도 된 듯 추리력을 발휘하다 보면, 여러분도 날카로움이 돋보이는 평론가가 될 수 있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