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동물 이야기] 귀부터 꼬리 끝까지 덮인 수북한 털… 대변 냄새 풍겨 소통한대요

입력 : 2022.04.20 03:30

수마트라코뿔소

/인도네시아 환경산림부
/인도네시아 환경산림부
지난달 인도네시아의 수마트라코뿔소 보호구역에서 귀여운 새끼 한 마리<사진>가 태어났어요. 수마트라코뿔소는 전 세계에 80여 마리밖에 남지 않은 심각한 멸종위기종이라 큰 경사였죠.

인도네시아 수마트라섬의 밀림에 주로 살고 있는 수마트라코뿔소는 전 세계 코뿔소 다섯 종류 중 가장 덩치가 작아요. 머리·몸통 길이 최장 2.8m, 어깨높이 최고 1.5m로 다른 코뿔소들에 비해 아담해요. 인도코뿔소는 머리·몸통 길이가 최장 4m까지 자라고 어깨높이가 최고 2m 정도죠.

그런데 수마트라코뿔소에게는 큰 코뿔소들에겐 없는 특징이 있어요. 몸을 수북하게 덮고 있는 털이죠. 보통 코뿔소들은 갑옷을 두른 것처럼 딱딱한 피부로 덮여 있는 데 반해 수마트라코뿔소는 귀부터 시작해 목덜미와 가슴, 배, 꼬리 끝까지 털로 덮여 있답니다.

이 때문에 원시적인 특징이 가장 잘 남아있는 코뿔소라고도 해요. 지금은 멸종됐지만 아주 먼 옛날 코뿔소의 조상 중에는 얼굴부터 몸 전체가 수북한 털로 뒤덮였던 '털코뿔소'가 있었어요. 수마트라코뿔소는 지금 살고 있는 다른 코뿔소들보다 털코뿔소와 가까운 관계였다고 과학자들은 보고 있어요.

수마트라코뿔소가 사는 곳은 습하고 나무가 우거진 숲이에요. 햇살이 내리쬐는 낮에는 주로 물웅덩이에 들어가서 진흙 목욕을 하다가 시원해지는 밤에 되면 본격적으로 활동을 해요. 다른 코뿔소보다 몸집은 작지만 운동신경이 아주 뛰어나서 수영을 능숙하게 하고 험한 산비탈이나 질퍽하고 미끄러운 강둑도 아주 잘 다니죠.

수마트라코뿔소는 다양한 방법으로 소통을 해요. 휘파람을 불거나 우는 듯한 여러 가지의 소리를 내서 무리에게 자신의 존재를 알리죠. 또 하나의 소통 수단은 대변이에요. 똥을 눈 다음 쌓인 더미에 뒷발을 비비고 발길질을 해요. 주변 지역과 자신이 가는 곳마다 대변 냄새를 풍겨서 존재를 알리는 거죠.

수마트라코뿔소는 나무 열매와 잎사귀 등이 주식이지만, 때때로 소금기가 많은 곳을 찾아와 핥으면서 영양분도 보충해요. 특히 짝짓기철이 되면 수컷들이 소금기가 많은 곳에 자신의 흔적을 남겨서 암컷들에게 존재를 알리죠.

원래 수마트라코뿔소는 말레이시아·태국·미얀마의 숲에서도 살았대요. 히말라야 산악 국가인 부탄에서도 발자국이 발견됐고요. 하지만 다른 코뿔소 종류들과 마찬가지로 뿔을 노린 밀렵꾼들에게 희생되면서 심각한 멸종 위기에 처했죠.

특히 점차 고립된 지역에 살게 되면서 암수가 만나는 게 힘들어지고 있대요. 암컷은 오랫동안 짝짓기를 하지 않으면 몸에 물혹이 자라 새끼를 갖기 어려워질 수 있거든요. 그래서 전 세계 동물원과 연구자들이 힘을 합쳐 대를 잇기 위한 방법을 연구하고 있답니다.
정지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