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사소한 역사] 쓴맛 음료가 시초… 고체 형태는 19세기 네덜란드에서 시작

입력 : 2022.04.12 03:30

초콜릿

카카오 열매에 들어있는 콩의 모습. /위키피디아
카카오 열매에 들어있는 콩의 모습. /위키피디아
최근 벨기에에서 유럽 유명 제과 업체의 초콜릿을 먹은 아이들이 식중독 증세를 보여 당국이 조사에 나섰다고 해요. 초콜릿은 달콤한 맛으로 인기가 높은데요. 초콜릿의 원재료인 카카오 콩에는 단맛을 내는 성분이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나요?

카카오의 원산지는 라틴아메리카 지역인데요. 이곳에서 처음 카카오 콩을 가지고 만든 요리도 단맛이 아니라 쓴맛과 매운맛을 강조하는 요리였어요. 멕시코 지역 원주민들은 카카오를 음료나 약용으로 사용했는데, 카카오 콩을 곱게 가루로 만든 후 이 가루와 옥수수 가루를 섞어서 끓여 걸쭉한 죽 같은 음료를 만들었어요. 이것이 당시 원주민들이 신의 음료라고 생각했던 '쇼콜라틀'입니다. 이들은 쇼콜라틀에 고추나 후추를 넣어 맵고 쓴맛을 즐겼는데요.

카카오는 크리스토퍼 콜럼버스(1450~ 1506)가 서인도 제도에 도착했을 무렵 유럽으로 전해집니다. 이때에는 카카오를 아메리카 대륙에서 자라는 쓸모없는 농작물로 생각했다고 해요. 그러나 스페인 왕국이 라틴아메리카 지역을 정복하면서 카카오의 효능을 알게 됐는데요. 아스테카 제국을 멸망시킨 에르난 코르테스가 "아스테카 제국에서 화폐로 쓰일 정도로 귀중한 물건이고, 피로 해소제로서 훌륭한 효능이 있다"고 본국에 보고한 것이죠. 당시 카카오 열매 10알이면 토끼 한 마리를, 100알이면 노예 한 명을 살 수 있었다고 해요.

이후 카카오 열매로 만든 음료는 유럽 상류층이 독점하는 별미가 됐어요. 이 시기 유럽에서 이 음료가 '초콜릿' '쇼콜라' '초콜라토' 등으로 불렸는데 카카오 음료의 원래 이름이었던 '쇼콜라틀'에서 유래한 거예요. 다만 언제부터 '초콜릿' 등으로 불렸는지는 정확하게 알 수 없어요. 유럽 각국에 초콜릿 열풍이 불면서 아메리카 대륙 식민지에 카카오를 재배하는 플랜테이션 농장이 설치되기도 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쓴맛을 줄이기 위해 초콜릿 음료에 설탕을 섞어 인기가 치솟게 됩니다.

고체 형태인 초콜릿은 19세기 네덜란드에서 만들어졌습니다. 초콜릿 제조업자였던 코엔라트 판 호텐이 1828년 카카오 콩에서 지방 성분을 분리해내는 법을 발견한 것입니다. 카카오 열매를 발효시킨 것을 카카오매스라고 하는데요. 카카오매스에서 짜낸 기름으로 카카오버터를 만들고, 기름을 짜내고 남은 물질로 코코아 파우더를 만들죠. 코코아 파우더를 물에 녹인 후 설탕·카카오버터 등과 섞으면 걸쭉한 형태의 액체 초콜릿이 만들어지는데, 이 액체를 형틀에 붓고 굳히면 판 형태의 초콜릿이 됩니다.

김현철 서울 영동고 역사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