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디자인·건축 이야기] 쓰레기 덮인 습지였던 센트럴파크… 모나코보다 더 넓은 녹지로 재탄생

입력 : 2022.04.12 03:30

도시공원

/위키피디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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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완연한 봄 날씨로 공원에서 시민들이 산책을 즐기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는데요. 많은 국가에서는 도시의 자연 경관을 보호하고 시민의 정서적 휴식을 위해 도시마다 커다란 규모로 녹지 공간을 조성해 쉼터로 활용합니다. 도시공원에 대해 알아볼까요?

미국 뉴욕시 맨해튼에 있는 센트럴파크<사진>는 연간 2500만명이 찾는 가장 잘 알려진 도시공원 중 하나예요. 동서 길이 830m, 남북 길이 4.1㎞의 직사각형 공원으로 면적은 341만㎡에 달해요. 항공사진으로 보면 빼곡히 들어찬 맨해튼 마천루 지역 한가운데 알짜배기 땅을 차지하고 있는 초록색 녹지가 보인답니다. 세계에서 둘째로 작은 나라인 모나코 공국(200만㎡)보다 넓어요.

센트럴파크는 원래 쓰레기 더미로 덮인 습지였는데요. 1850년대 들어 도시공원의 필요성을 느낀 뉴욕시가 공원 부지로 낙점했어요. 이후 조경가 프레더릭 로 옴스테드와 건축가 칼베르 보가 센트럴파크를 설계하게 됐죠. 옴스테드는 '조경가'라는 단어를 처음으로 쓴 사람이에요. 당시 정원사가 오직 정원만을 관리하는 직업으로 해석되자, 공원 조성 등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자신의 직업을 조경가라고 불렀죠. 그는 도시공원이 부자와 빈민, 젊은이와 노인 할 것 없이 도시에 사는 모든 계층이 건강한 활동을 즐기는 최적의 공간이며 공공복지와 연결된 곳이라 믿었어요. "지금 이곳에 공원을 만들지 않는다면, 100년 후에는 이만한 넓이의 정신병원이 필요할 것"이라는 말을 남긴 옴스테드의 센트럴파크는 이후 현대 도시공원 설계의 표본이 됐답니다.

영국 런던 도심에 있는 면적 140만㎡의 하이드파크도 유명한데요. 하이드파크는 원래 웨스트민스터사원의 사유지였다가 왕실에 몰수당해 사냥터로 쓰이던 곳을 1637년 찰스 1세가 일반에게 공개하며 공원이 됐어요. 400년 가까운 역사를 가진 하이드파크는 오랜 역사만큼이나 나무가 크고 무성해서 런던 시내 중심가라는 걸 잊게 만들죠. 공원 왼쪽 끝에는 1730년 만든 인공 호수인 서펜타인 호수가 있는데요. 수많은 백조와 오리가 떠다니며 사람들이 던지는 먹이를 먹고, 산책로에는 다람쥐가 방문객을 반겨주죠. 하이드파크에는 '스피커스 코너'라는 연단이 있는데요. 매주 주말과 공휴일에는 누구나 연단에 올라가 어떤 이야기든 공개적으로 할 수 있습니다. 1872년 총리의 허가로 시작된 민주주의 문화의 산물이랍니다.

전종현 디자인·건축 저널리스트